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이제는 K리그에서도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두는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 전술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펼쳐진 전북 현대와 FC서울 개막전이 대표적이다. 최강희 감독은 김기희의 이적으로 생긴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비 숫자를 늘린 변칙 3백을 가동했고, 최용수 감독은 3년 전부터 가다듬은 3-1-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결과는 높이에서 우위를 점한 전북의 승리로 끝났고 서울은 경기를 지배하고도 아드리아노가 놓친 결정적인 찬스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전북과 서울이 모두 3백의 중심에 ‘미드필더’를 세웠다는 점이다. 전북은 이호를 김형일과 최철순 사이에 배치했고 서울은 김원식이 김동우와 오스마르와 짝을 이뤘다. 언제부턴가 3명의 중앙 수비를 구성할 때 전문 센터백이 아닌 미드필더가 기용되고 있다. K리그도 세계적인 트렌트를 따르는 것일까.
축구 전술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포백(back four:4인수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치열해진 중원싸움으로 인해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면서 투톱보다 원톱을 쓰는 팀이 늘었고 이로인해 상대팀들도 센터백 숫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1명의 공격수를 막기 위해 3명의 센터백을 두는 건 ‘인력 낭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투톱 전술이 위력을 떨치면서 변칙적으로 3백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토트넘 홋스퍼가 왓포드(오디온 이갈로+트로이 디니)를 상대로 에릭 다이어를 후방으로 내린 3백을 사용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3명의 센터백으로 레스터 시티(제이미 바디+오카자키 신지)와 경기를 펼쳤다.
토트넘과 맨유의 또 다른 공통점은 3백에 미드필더가 있다는 점이다. 토트넘의 다이어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동시에 센터백까지 소화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발이 빠른 그는 심지어 풀백도 볼 수 있다. 토트넘 데뷔 시즌 그의 주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수비였다. 맨유의 달레이 블린트도 네덜란드 대표팀에선 윙백을 봤고 지난 시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변칙 3백을 쓰는 이유는 상대 공격수와의 ‘높이’ 혹은 ‘스피드’에서 수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전에는 풀백이 3백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드필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압박과 관련이 있다. 중원에서 공을 소유하기 어려워지면서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가 빌드업에 직접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만큼 중원 싸움이 치열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탈리아어로 자유인을 뜻하는 리베로(Libero)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라와 공격에 가담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북과 서울이 3백에 미드필더를 추가한 건 최근의 흐름과도 관계가 깊다. 최강희 감독은 3백을 구성할 때 항상 풀백(최철순) 혹은 멀티플레이어(김기희 혹은 최보경)을 활용했다. 최철순은 3백에 스피드를 더했고 김기희 혹은 최보경은 빌드업에 관여했다. 이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선수다. 더구나 경험까지 갖췄다. 이호는 상주 시절 수비수로 뛴 적이 있다. 일주일의 짧은 준비 기간에도 안정적으로 3백을 이끈 이유다.
무엇보다 이호는 경기를 읽는 눈이 뛰어났다. 그는 서울의 ‘투톱’ 아드리아노와 데얀의 특징을 정확히 꿰고 있었다. 이호는 “데얀은 나와서 공을 받는 걸 좋아하고 아드리아노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 그런 것들을 주의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은 투톱의 위치를 수시로 바꿔 혼동을 줬다. 아마도 수비수라면 한 명의 움직임을 쫓다 동선이 엉키거나 공간을 내줬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드필더 이호는 상대의 잦은 스위칭에도 빠르게 위치를 조정하며 대응했다. 어쩌면 미드필더이기에 가능했던 움직임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북의 3백이 상대에 맞춘 수동적인 전략이라면 서울의 3백은 보다 능동적인 구성이었다. 서울 3백은 미드필더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특히 김원식은 인천 임대 시절 4-1-4-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선수다. 188cm의 그는 큰 키에도 빠르며 공을 잘 다룬다. 특히 인천에서 빌드업을 담당한 경험이 3백에서도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 김원식이 후방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면서 서울은 원정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다.
또한 김원식의 센터백 기용은 3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최용수 감독의 수로도 읽힌다. 앞서 언급했듯이 3백은 상대가 원톱을 쓸 때 인력 낭비가 발생한다. 이는 미드필더 혹은 공격 지역에 수적인 열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김원식은 상대가 1명의 공격수를 쓸 경우 전방으로 이동해 미드필더 싸움에 가세할 수 있다. 올 시즌 서울이 3백을 쓰고도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흐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오스마르도 마찬가지다. 홀딩과 센터백이 가능한 오스마르는 김원식과 번갈아 전진할 수 있다. 전북전에서도 오스마르는 상황에 따라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바 있다.
3백은 수비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숫자 싸움이라는 개념에서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3백은 미드필더를 내리거나 풀백을 이동시켜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러한 흐름이 K리그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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