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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배우 유아인의 이방원은 단연 역대 최고의 이방원이다.
15일 밤 방송된 SBS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은 폭주하는 이방원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채웠다. 정도전(김명민)을 죽인 이방원은 더 이상 스스로도 제어력을 잃은 듯 했다. 그는 세자로 책봉된 동생 이방석에 칼을 휘둘렀다.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냐'고 묻는 이방석에게 이방원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죄와 죽음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읊조릴 뿐이었다. 그야말로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었다. 이방원은 혈육까지 죽이는 걸 서슴지 않는 인물로 생동하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방원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역시 그의 잔인함에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이성계(천호진)과의 대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형제를 죽인 이방원을 나무라는 아버지 앞에서 이방원은 스스로를 내던졌다. 그는 "아바마마께서 도저히 저를 용서치 못하시고 죽이고자 하신다면 소자 그것 또한 받아들일 수 있사옵니다. 차라리 죽으면 이 고통도 끝이 나겠지요. 죽이십시오. 죽이십시오"라고 도발했다. 그야말로 광기 찬 배수진이었다. 특히, 이성계가 이방원을 향해 칼을 겨누자 이방원의 사람들이 칼을 뽑아 들자 "칼을 거두어라"고 소름 끼치게 소리를 내질렀다.
유아인의 이방원은 역대 단연 최고다. 이 두 장면만으로도 유아인은 신들린 연기력을 발산했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이방원을 실현해냈다. 광기에 찬 눈빛이 그랬고, 왕좌를 향해 꽉 다문 입술이 그랬다. 거침 없이 휘두르는 칼날 뒤에 떨고 있는 손은 이방원이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방원은 쓰러질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다가, 눈을 번뜩이며 무명(전미선)을 치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정치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여러 가지 모습을 선보였다. 조선 초기 생동하던 이방원의 모습이 이랬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아인의 신들린 연기력도 한 몫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 캐릭터 자체에 집중된 작품이다. 앞서 이성계, 정도전, 세종대왕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던 작품 속 이방원과는 달리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의 이야기를 통해조선 건국을 그려냈다. 앞서,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1983)의 이정길, '용의 눈물'(1996-1998)의 유동근, '대왕세종'(2008)의 김영철, '뿌리 깊은 나무'(2011)의 백윤식, '정도전'(2012-2013)의 안재모 등이 이방원으로 분해 자신만의 색깔과 존재감을 뽐냈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은 그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는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단언컨대 최고의 이방원을 만났다. 유아인의 이방원이 특별한 것은 완벽하게 몰입돼 극도로 발현된 '유아인표' 연기력과 작품 자체가 그리는 캐릭터 이방원의 매력이 더해져 가능했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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