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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스매치에 어떻게 대처할까.
16일 시작하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몇 가지 관전포인트가 있다. 미스매치가 핵심이다. 우리은행은 외곽에서, 하나은행은 골밑에서 미스매치를 활용할 수 있다. 상대의 미스매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는 물론, 시리즈 전체 흐름이 결정될 수 있다.
핵심적인 미스매치 유발자는 우리은행 쉐키나 스트릭렌, KEB하나은행 첼시 리 혹은 버니스 모스비. 주로 외곽에서 활약하는 스트릭렌은 하나은행 국내선수들이 정상적으로 막기 힘들다. 골밑의 리와 모스비 역시 우리은행이 40분 내내 정상적으로 막을 수 없다.
▲우리은행의 대처
우리은행 메인 외국선수는 스트릭렌이다. 스트릭렌이 뛸 때 골밑은 양지희 홀로 지킨다. 반면 하나은행은 리와 모스비가 동시에 뛰는 시간이 매우 길다. 우리은행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양지희가 둘 중 한 명을 막고 나머지 국내선수들과 스트릭렌이 번갈아 또 한 명을 맡는 방법이 있다. 188cm의 스트릭렌은 골밑 수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포스트업을 버텨내는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위성우 감독은 시즌 내내 공격 핵심자원으로서 스트릭렌의 수비 부담을 최소화시켰다.
결국 양지희가 아닌 국내선수들이 리 혹은 모스비를 막기 위해선 더블 팀이 불가피하다. 정규시즌 때 우리은행은 섬세한 트랩으로 하나은행의 내, 외곽 패스게임을 적절히 차단했다.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하나은행에 적지 않게 고전했다. 물론, 우리은행은 사샤 굿렛이 있다. 양지희와 더블 포스트를 가동하면 리와 모스비를 도움 수비 없이 1대1로 막을 수 있다. 백업 포워드 김단비도 골밑 수비에 대한 투지가 좋다. 하지만, 그럴 경우 스트릭렌을 쓰지 못하면서 승부처에서 팀 득점력이 약간 떨어지는 단점이 생긴다.
결국 막판 승부처에선 스트릭렌을 써야 하고, 하나은행 골밑을 변칙으로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서 모스비의 파괴력이 물이 오른 상태다. 위력적인 골밑 공격은 물론, 준수한 중거리슛과 피딩 능력까지 선보인다. 우리은행 수비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리는 모스비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격 테크닉이 투박한 편이다.
▲하나은행의 대처
하나은행도 수비할 때 골치가 아프다. 외곽에서 활동하는 스트릭렌 때문. 위성우 감독은 시즌 내내 스트릭렌에게 철저히 외곽 공격을 주문했고, 스트릭렌은 정해진 틀 속에서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문제는 WKBL에 188cm짜리 외곽슈터를 정상적으로 막을 수 있는 팀이 없다는 점이다. 하나은행 역시 김이슬과 강이슬, 김정은 모두 지속적으로 스트릭렌을 1대1로 막는 건 쉽지 않다.
하나은행은 염윤아 정도를 제외하면 강한 압박을 할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다. 박종천 감독은 스위치 디펜스로 이 약점을 최소화 해왔다. 정규시즌 우리은행전서도 스위치를 통해 여러 선수가 스트릭렌을 막았다. 우리은행의 정밀한 스크린 플레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모스비 혹은 리가 외곽까지 나와서 스트릭렌을 원활하게 막는 건 쉽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경기를 잘 해놓고 스트릭렌에게 한 방을 얻어맞아 승기를 내준 케이스가 많았다.
챔피언결정전서도 스위치를 통해 몇몇 선수가 스트릭렌을 커버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상대의 스위치에 또 다른 미스매치를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는 어느 지점에서도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다. 스트릭렌의 패스센스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하나은행의 선택지는 명확해진다. 하나은행으로선 스트릭렌에게 순간적으로 트랩을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스트릭렌의 볼 핸들링이 좋은데다 빠져 나가는 볼에 의해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에게 외곽슛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다만, 스트릭렌이 골밑을 파고 들 때는 하나은행도 리와 모스비가 1대1로 커버 가능하다.
위성우 감독은 디테일한 사령탑이다. 상대의 전술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 승부처를 지배하는 스타일이다. 박종천 감독 역시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노련한 승부수를 띄우는 사령탑이다. 미스매치를 유발하고, 상대의 미스매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은 기본 중의 기본. 큰 경기일수록 승부는 기본에서 갈린다.
[모스비(위), 스트릭렌(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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