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북 현대에게 뺨 맞은 FC서울이 산둥 루넝에게 화를 풀었다. 2골을 추가한 아드리아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경기서 9골을 터트리는 괴력을 자랑했고 서울은 3연승으로 조 선두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1-1 동점 상황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윙백(wing back) 고요한이었다. 3-1-4-2 vs 4-1-4-1(또는 후반전 4-2-3-1)과의 대결에서 고요한은 사이드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어떻게 고요한은 산둥 측면에서 자유(freedom)를 얻었을까?
#선발명단
최용수 감독은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에도 지난 전북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아마도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실제로 서울은 후반에도 경기력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브라질 출신 마누 메네제스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주실레이를 홀딩에 세우고 하오쥔민과 진징다오를 앞선 위치에 배치한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메네제스는 “데얀과 아드리아노가 강하다. 그래서 주실레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뒀다. 10번 몬틸료가 부상으로 못 나온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북처럼 주실레이를 제3의 센터백처럼 쓰진 않았다. 주실레이는 일반적인 홀딩맨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전반전
원정임에도 서울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서울은 많은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공을 쉽게 소유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산둥이 1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해 수적으로 3vs1의 우위를 점했다. 디에고 타르델리가 자주 중앙으로 이동했지만 고요한이 따라 들어오면서 수적 우위는 계속됐다. 미드필더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양 팀 모두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사용하면서 주세종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주실레이의 경우 수비를 돕기에 바빴지만 주세종은 그렇지 않았다.
아드리아노의 선제골이 주세종의 발끝에서 시작된 건 우연이 아니다. 득점 장면에서 좌측에 있던 고광민이 후방의 주세종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 순간 다카하기는 상대 뒷공간으로 이동했고 그의 마크맨이었던 진징다오는 주세종을 압박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했다. 왕용포가 다카하기를 쫓아야 했지만 그의 시선 역시 주세종에게 향했다. 이후 산둥 수비는 차례대로 무너졌다. 센터백 지우가 다카하기를 막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면서 아드리아노, 데얀은 2vs3에서 2vs2의 상황을 맞이했다. 여기에 다카하기의 기막힌 패스까지 더해지면서 아드리아노는 편안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숫자 싸움의 승리다.
메네제스 감독 실점 후 곧바로 전술을 수정했다. 4-1-4-1에서 4-2-3-1로 위치를 조정했다. 오른쪽 측면에 있던 왕용포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하고 진징다오가 왕용포 자리로 이동했다. 주세종을 견제하기 위해 역삼각형 미드필더를 정삼각형으로 바꾼 것이다. 메네제스는 경기 후 “선제골을 허용한 뒤 포지션을 조정하면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후반전
산둥은 포메이션 변화와 함께 선수까지 바꿨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진징다오를 빼고 리우빈빈을 투입했다. 효과는 있었다. 리우빈빈의 돌파가 살아나면서 서울 수비지역까지 접근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동시에 코너킥도 많아졌다). 그리고 후반 17분 산둥의 동점골이 터졌다. 코너킥 이후 크로스 상황에서 주실레이가 공을 머리에 맞혔다. 순간적으로 맨마킹에 혼란이 오면서 고요한이 주실레이와 경합한 것이 문제였다. 어쨌든, 올 시즌 서울의 가장 큰 약점이 높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요한
그러나 서울은 이후 3골을 추가하며 순식간에 리드를 되찾았다. 고요한(후반20분), 데얀(후반23분), 아드리아노(후반25분)가 연속골로 4-1 대승을 완성했다. 주목할 점은 후반에 터진 서울의 3골에 모두 고요한이 있다는 것이다. 고요한은 산둥이 4-1-4-1에서 4-2-3-1로 시스템을 바꾼 뒤 더 쉽게 전방으로 전진했다. 산둥에서 타르델리는 수비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높은 위치에 있었다. 타르델리가 고요한을 견제하기 위해 내려온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로인해 고요한이 오버래핑을 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 주실레이가 측면 커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주실레이가 고요한을 막기 위해 이동하면 산둥 중앙에 더 넓은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다카하기가 이를 잘 이용했다. 아드리아노의 네 번째 골이 터질 때 다카하기는 측면으로 넓게 이동해 산둥 풀백 정쩡을 유인했고 이 과정에서 고요한이 자유를 얻었다. 또한 산둥이 전체적인 라인을 올리면서 서울의 역습이 잘 이뤄졌다. 최용수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산둥이 공격숫자를 늘리는 것을 보고 역습을 노렸다. 그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