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박병호는 떠났다.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터뜨린 홈런왕이 사라진 것이다.
KBO 리그는 박병호가 있어 다시 한번 50홈런 시대를 열 수 있었다. 1999년 이승엽이 사상 최초로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54홈런으로 새 역사를 쓴지 4년 만에 56홈런을 터뜨렸다. 2003년 이승엽과 경쟁한 심정수는 53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을 끝으로 일본으로 진출했고 공교롭게도 그 후 50홈런 타자는 사라지고 말았다. 심정수는 많은 기대를 안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은퇴했다.
50홈런 시대가 다시 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1년. 이승엽과 심정수가 나란히 경쟁할 때만 해도 이제 우리도 매년 50홈런 타자를 만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50홈런 타자가 배출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게 한 시간이었다.
50이란 숫자 자체가 희미했던 2014년, 새로운 50홈런 타자가 탄생했다. 박병호가 52홈런을 터뜨려 역대 네 번째 50홈런 타자로 기록된 것이다.
박병호의 전설은 2015년에도 계속됐다. 146타점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쓴 것도 모자라 53방의 아치를 그려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비록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기록이었다.
박병호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새 출발한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미네소타로 향했다. 50홈런을 두 차례 기록한 이승엽이 일본을 떠났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새롭게 50홈런 타자로 등극할 후보는 누가 있을까. 현재로선 에릭 테임즈 외에는 찾기 어렵다. 테임즈는 지난 해 사상 첫 40홈런-40도루 클럽을 개설한 주인공. 홈런 47개로 50홈런에 3개 모자랐다. 홈런 48개로 2위를 차지한 야마이코 나바로도 일본으로 떠난 마당에 테임즈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홈런 4위 강민호는 35개로 격차가 크다.
또한 올해는 환경도 바뀐다. 우선 지난 해 가장 많은 홈런이 터진 목동구장이 사라졌다. 목동구장은 지난 해까지 넥센이 홈으로 사용했던 구장으로 올해부터는 고척돔으로 무대를 옮긴다. 지난 해 KBO 리그에서 터진 홈런은 총 1511개. 이 중 가장 많은 200개가 목동에서 터졌다. 박병호도 53홈런 중 28개를 목동에서 쳤다. 고척돔은 분명 목동보다 큰 구장이다. 좌우 98m, 중앙 118m인 목동보다 좌우 99m, 중앙 122m인 고척돔은 목동 만큼 홈런쇼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0홈런에 도전할 만한 후보인 테임즈도 목동구장에서만 타율 .647(34타수 22안타) 6홈런 16타점을 기록해 이 기록이 얼마나 달라질지 지켜봐야 한다. 물론 테임즈는 목동에서만 강한 선수는 아니었다. 넥센전 타율은 .610(59타수 36안타)에 이르렀다. 하지만 넥센전 홈런 8개 중 6개가 목동에서 터진 것이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단일구를 도입한다. 지난 해 불거졌던 '탱탱볼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그나마 홈런이 늘어날 변수를 찾자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개장이 그것. 좌중간과 우중간 외야 펜스가 일직선으로 형성돼 있어 홈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새로운 50홈런 타자를 기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박병호가 '만년 유망주'에서 국내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선 만큼 누군가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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