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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템포를 느리게 해야 한다."
KEB하나은행 박종천 감독은 16일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두고 "템포를 느리게 해야 한다. 빠른 농구로는 승산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의 템포바스켓은 오작동했다. 오히려 우리은행이 현란한 템포 조절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템포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하나은행은 우리은행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우리은행은 얼리오펜스와 속공으로 대변되는 업템포 농구는 물론, 세트오펜스 위주의 완만한 템포 농구 모두 완벽하게 구사한다. 반면 하나은행은 둘 다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첼시 리와 버니스 모스비를 앞세워 지공 농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세부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우리은행의 현란한 템포 조절
1차전을 살펴보자.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이 세트오펜스 위주의 느린 농구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 철저히 얼리오펜스와 속공 위주의 공격을 펼쳤다. 의도한 건 아니다. 우리은행 역시 하나은행의 세트오펜스에 더욱 정밀한 세트오펜스로 맞붙을 놓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매 경기 맨투맨 디펜스를 타이트하게 한다. 위성우 감독은 맨투맨을 느슨하게 이행하는 선수에겐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2월 초 정규시즌 4연패 확정 후 챔피언결정 1차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왔고, 1쿼터가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맨투맨을 펼쳤다. 하나은행이 스크린을 하면 스위치로 대응,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기계적인 로테이션을 했다. 하나은행이 리와 모스비를 활용하려고 하면 양지희와 스트릭렌이 철저히 디나이 디펜스로 볼이 골밑에 투입되는 시간을 지연시켰다. 하나은행의 공격밸런스는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의 실책이 무수히 나왔다. 우리은행은 역습, 손쉬운 속공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2쿼터 중반 플레이오프 3차전 혈투를 치렀던 하나은행의 체력이 떨어지자 우리은행의 속공과 얼리오펜스는 더욱 빛을 발했다.
또 하나. 하나은행은 리와 모스비를 보유했지만, 우리은행은 전 선수의 리바운드 가담 타이밍이 빠르다. 하나은행이 타이트한 맨투맨을 뚫고 슛을 시도해도 우리은행이 수비리바운드를 장악, 얼리오펜스에 능한 환경을 만든다. 결국 우리은행은 업템포 농구로 전반전에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더 무서운 건 우리은행이 후반전에 다소 슛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쉐키나 스트릭렌 대신 사샤 굿렛을 투입, 템포를 조절했다는 점. 이때는 우리은행 특유의 정밀한 세트오펜스 위력이 극대화됐다. 하나은행도 스위치디펜스를 잘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3차전 혈투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2~3쿼터에 체력 부담으로 스위치디펜스가 느슨해졌고, 우리은행은 정밀한 움직임으로 좋은 슛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양지희, 임영희가 차곡차곡 점수를 만들었다. 수비에선 굿렛과 양지희가 1대1로 모스비와 첼시 리를 잘 막아내면서 하나은행의 세트오펜스 위력을 떨어뜨렸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 템포로 경기를 가져오려고 했다. 상대의 템포에 맞춰주면 안 된다. 디나이를 통해 3초 정도 골밑 볼 투입 되는 시간을 늦춰 골밑 공격을 잘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미숙한 템포농구
하나은행은 템포농구에 미숙했다. 강점인 높이 위력을 살려야 했다. 그러나 세트오펜스 상황에서의 정확한 움직임과 볼 흐름에서 우리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차적으로 우리은행의 거센 스위치디펜스와 몸 싸움에 밀려나면서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리와 모스비에 의해 파생되는 공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한 농구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정규시즌 때 제공권에서 상대를 압도하고도 시소 경기를 많이 했다. 골밑 우위를 확실히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실제 하나은행의 세트오펜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드들이 리와 모스비에게 공을 넣어주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 모스비가 제 때 빼줘도 외곽에서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박종천 감독은 "김이슬과 서수빈이 상대의 타이트한 수비에 약한 편이다. 내가 좀 더 잘 가르쳐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하나은행 앞선의 약점이 드러난다. 결국 가드진의 약세로 높이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박혜진 이승아 이은혜를 앞세운 우리은행과 격차가 있다.
하나은행이 리와 모스비를 동시에 투입할 때 속공이나 얼리오펜스를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건 한계가 있다. 더구나 김이슬과 서수빈의 속공전개능력이 좋은 편도 아니다. 결국 느린 템포의 세트오펜스 정확성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하다.
박 감독은 "리바운드를 많이 빼앗기면 안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특유의 리바운드 장악력에 밀려 많은 리바운드를 내줬다. 수비리바운드서 22-27로 밀리면서 그만큼 우리은행에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는 빌미를 내줬다. 일단 하나은행으로선 턴오버를 줄이고, 리바운드에서 대등한 승부를 해서 우리은행의 얼리오펜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세트오펜스에서의 부정확한 부분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결국 우리은행이 현란한 템포 조절로 하나은행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리은행의 싱거운 통합 4연패를 점치는 관계자가 적지 않다.
[우리은행-하나은행 챔피언결정전. 사진 = 춘천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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