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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재난 현장을 지휘하는 유시진(송중기)의 손길처럼, 김은숙 작가의 펜끝은 놓치는 캐릭터가 없었다.
16일 밤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후예' 7회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우르크 발전소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대재난의 현장은 처절했다. 자신의 일은 사람을 살리는 것일 뿐 죽이는 것이 아니라 믿어 온 강모연은 무너진 건물잔해 속에서 두 명의 응급 환자 중 생존 가능성이 높은 한 사람을 택하는 가혹한 선택의 순간에 휘말려야 했다. 유시진은 "대위님의 생각은 어때요?"라며 의사로서의 결정을 미루는 강모연을 냉정한 말로 질책했다. 하지만 상황이 일단락된 후 강모연과 유시진은 서로 "괜찮아요. 나', "강 선생이 함께 싸워줘서 고마웠다. 되게 보고 싶었다. 무슨 짓을 해도 생각났다"는 애틋한 말을 나누며 또 한 번 마음을 확인했다.
그간 윤명주(김지원)의 마음을 외면해 온 서대영(진구)도 "내가 무사하지 않았으면 어땠을 것 같냐?"라는 그녀의 물음에, "너에게서 도망쳤던 모든 순간들을 후회했을 거다"고 고백하며 속내를 표현했다.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를 걱정했던 서대영의 마음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이치훈(온유)도 의사로서 한 걸음 성장했다.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환자가 통증에도 불구하고 마취를 거부하는 것에 답답해하다 뒤늦게 그녀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 또한 예비 아빠인 이치훈은 이후 정성을 다해 임산부를 보살폈고, 이들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재난 상황 속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속상해하던 김기범(김민석)은 긴급 수술 상황에서 헌혈로 한 생명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모처럼 장난스러운 '톰과 제리'의 모습이 아닌 의사와 간호사로서 현장을 누비던 송상현(이승준)과 하자애(서정연)은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가 끝난 뒤 노트북에 숨겨둔 야한 동영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티격태격 썸남썸녀로 되돌아왔다.
이 모든 것이 한 회 속에서 그려진 이야기였다. 대형 재난 상황을 그린 7회 속에서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전하는 것은 자칫 산만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속도감이 강한 김은숙 작가와 섬세함이 장점인 김원석 작가 콤비는 이를 흥미롭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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