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EB하나은행은 챔피언결정 1~2차전서 연이어 무너졌다. 우리은행과의 전력 격차를 감안하면 리버스 스윕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박종천 감독은 17일 2차전 패배 직후 "벼랑 끝에 몰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경기를 통해 희망을 가졌다. 홈에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박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챔피언결정전 흐름은 우리은행으로 완벽히 넘어갔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하나은행대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다.
하나은행은 1차전서 51-66, 2차전서 57-71로 졌다. 설명이 필요 없는 완패다.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은행과의 클래스 차이는 명확하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하나은행대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은행은 정점에 오른 팀이지만, 하나은행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지렛대 삼아 정점으로 올라가야 할 팀이기 때문이다.
▲얻은 것
경기내용을 보면 1차전에 비해 2차전서 나아진 부분이 있었다. 득점은 단 6점 늘어났지만, 기본적인 공격전개과정은 매끄러워졌다. 하나은행의 가장 큰 문제점이 첼시 리와 버니스 모스비 골밑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이슬, 서수빈으로 이어지는 가드진은 볼 키핑, 패스능력, 외곽슛, 2대2 전개 및 수비 등 세부적인 테크닉이 우리은행 박혜진 이승아 이은혜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박 감독은 "1차전에는 김이슬에게 맡겼다. 그러나 2차전서는 조정을 했다"라고 했다. 모션오펜스를 통해 2~3명이 약속대로 움직였다. 공간을 열어주면서 패스 하기 좋은 타이밍을 만들었다. 우리은행 양지희와 쉐키나 스트릭렌이 리와 모스비에게 강하게 디나이 디펜스(공격자가 공을 받기 전에 강하게 저지하는 수비법)를 하자 해법을 찾지 못했지만, 2차전서는 김이슬은 물론이고 김정은 염윤아 강이슬 등이 모두 골밑 볼 배급에 참가,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었다. 모스비의 경우 제 타이밍에 공을 잡으면 외곽으로 빼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1차전보다 내, 외곽 패스 흐름, 즉 세트오펜스에서의 공격전개는 약간 매끄러워졌다. (물론 우리은행의 스위치디펜스가 워낙 강력해 공간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터프샷을 많이 던지면서 야투율이 많이 떨어진 건 또 다른 숙제다)
박 감독은 1차전 직전 "템포를 느리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높이 이점을 살리기 위해선 철저한 템포 바스켓, 즉, 세트오펜스에서의 공격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하나은행이 높이 이점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리빌딩을 완성시키면서 가장 확실히 끌어올려야 할 무기다. 이밖에 2차전서 볼이 가운데에 투입되기 전 3-2, 볼이 가운데에 투입되면 2-3로 모양을 바꿔가며 사용한 지역방어 완성도도 1차전보다 높았다. 위성우 감독조차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리빌딩 중이다. 극심한 분석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챔피언결정전서 처절하게 깨지면서 개선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 건 아주 중요하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1~2차전 완패가 마냥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잃은 것
잃은 것도 있다. 1~2차전 완패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리면서 하나은행 선수들의 사기는 다소 떨어진 상태다. 일반적으로 여자농구는 남자농구보다 심리적인 부분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2차전 내용이 1차전보다 분명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패배한 게 오히려 하나은행 선수들의 심리적 상실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차전서 경기력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두 팀은 기술, 전술 구현능력, 체력 등 모든 세부적 파트에서 격차가 크다. "선수들은 부딪혀보면 안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설명.
게다가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1~2차전 내내 원 사이드 경기를 운영했음에도 우리은행 선수들을 다그쳤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살짝 느슨해지자 작전타임을 통해 고함을 치는 모습이 TV 생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위 감독은 2차전 직전 "승패를 떠나서 경기막판 내용과 흐름이 고스란히 다음 경기로 이어진다. 느슨해지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 코멘트를 해석하면, 10~20점 앞서고 있어도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경기 흐름은 언제 어떤 변수에 의해 뒤집힐지 알 수 없고, 조그마한 변화가 대반전 결과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때문에 10~20점 앞서고 있을 때 상대를 더욱 거세게 몰아쳐야 조그마한 반전의 빌미도 내주지 않는다는 게 위 감독 논리다. 임영희는 "감독님은 사령탑으로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기를 운영한다"라고 했다.
하나은행 입장에선, 이런 우리은행의 완벽주의가 피곤하다. (하지만, 나머지 5개 구단이 우리은행을 누르기 위해 잘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서 잘 따라가다가도 우리은행의 반전의 빌미를 주지 않는 촘촘한 경기력에 저항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끊기고 만다. 한 선수출신 관계자는 "20점 지고 있던 팀이 5점 차까지 따라갔는데 다시 10점차로 벌어지면 허탈해서 더 못 따라간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에 그렇게 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1~2차전 패배로 상실감이 생겼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단 이틀만에 팀을 정비하기에는 양 팀 선수들의 기본적인 역량 차이가 크다.
하나은행에 다시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다. 1~2차전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돌아보고, 3차전 준비와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하나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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