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챔피언결정 2차전의 변수는 무엇일까.
오리온은 체력, KCC는 리바운드다. 7전4선승제의 단기전은 장기전 성격도 갖고 있다. 기선제압도 중요하지만, 이후 흐름이 상대에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KCC와 오리온 모두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변수를 철저히 컨트롤해야 전체적인 시리즈 흐름을 장악할 수 있다.
1차전서 심판의 파울 콜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66-64, 오리온이 2점 앞선 상황. KCC 전태풍이 우중간에서 3점슛을 던지는 과정에서 오리온 이현민이 팔을 뻗었는데, 느린 그림에는 전태풍의 팔과 접촉할 듯 말듯 했다. 파울이라고 보기는 애매했다. 어쨌든 김도명 부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전태풍은 자유투 3개를 모두 넣어 역전했다. 이후 KCC는 내리 4득점했고, 오리온은 턴오버를 연발하면서 승부가 끝났다. 하지만, KCC와 오리온 모두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신만이 알 수 있다"라며 관련 질문을 피해갔다.
오리온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4강 플레이오프까지 6경기를 치렀다. 중간 휴식이 있었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CC보다 2경기 더 치렀다. KCC는 오리온의 강력한 보디체크에 최대 강점인 제공권에서 오리온에 밀렸다. 크게 튀는 공에 대한 장악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리바운드
KCC는 하승진과 허버트 힐을 보유했다. 5번 포지션의 높이가 리그 최강이다. 실제 정규시즌서도 2023개의 리바운드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2~3번 높이가 오리온보다 낮지만, 하승진과 힐이 있기에 제공권 장악에 큰 문제는 없다.
반면 오리온은 2~3번 미스매치로 경기를 풀어간다. 대신 5번 포지션의 신장은 낮다. 장재석이 있지만, 확실한 주전은 아니다. 이승현은 힘이 좋아 수비력이 뛰어나지만, 신장은 2m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오리온은 정규시즌서 1706개의 리바운드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실제 KCC와 오리온의 정규시즌 6차례 맞대결서도 KCC가 27.5개, 오리온이 23개를 잡았다.
1차전서 반전이 일어났다. 오리온이 43-36으로 오히려 리바운드를 더 많이 잡았다. 특히 오리온은 공격리바운드만 23개를 잡았다. KCC의 공격리바운드는 14개에 불과했다. 수비리바운드서 KCC가 22-20으로 앞선 걸 감안하면 결국 오리온의 공격리바운드 장악에 의한 추가 공격권 획득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KCC로선 경기 내내 오리온 특유의 정밀한 공격 연계플레이 확률을 높여준 셈이다. 본래 연계플레이의 정확성이 높은 오리온은 23차례의 추가공격권 획득을 통해 4쿼터 중반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추승균 감독도 "공격리바운드 23개를 내준 건 챔피언결정전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2차전서 두 팀의 제공권 다툼은 어떻게 될까. 역시 기본적으로는 KCC가 우세하다. 그러나 오리온이 2~3번 높이에선 오히려 우세, 롱 리바운드(멀리 튀는 공)를 잘 잡아냈던 걸 감안하면 KCC로선 방심할 수 없다. 오리온은 정밀한 공격 패턴에 의해 정해진 슛 타이밍에 슛을 던지고, 나머지 선수들이 공격리바운드에 가세하는 기민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추승균 감독은 "자리잡는 부분을 다시 지적해줘야 할 것 같다. 그 부분만 수정되면 괜찮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KCC는 리바운드 7개 열세에도 결국 6점차로 이겼다. 리바운드를 장악하면 더 큰 점수차로 이길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체력
오리온의 변수는 체력이다. 1차전 직전 추일승 감독에게 "오리온이 KCC보다 2경기 더 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는데, 챔피언결정전이 장기화되면 체력적으로 불리해 질 수 있지 않나(더구나 오리온에는 나이 많은 베테랑이 많다)?"라고 물었다. 당시 추 감독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6강과 4강 사이에 일주일 정도 쉬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 후 추 감독은 "후반전에 러닝게임을 좀 더 했어야 했다. 체력이 떨어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오리온 특유의 조화로운 공격연계플레이는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남다른 리바운드 응집력으로 수 차례 추가 공격권을 얻었지만, 사실 1차적인 공격 정확성은 떨어졌다. 그런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체력 저하라는 게 추 감독 분석이다. 실제 턴오버가 적지 않았다. 1차전 막판 김민구에게 3점포 2개를 얻어맞았을 때, 수비하던 문태종의 발이 무뎠다. 문태종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 부분은 오리온의 아킬레스건이다.
KCC 추승균 감독은 "오리온은 선수가 많아서 체력적 부담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오리온도 결국 김동욱 문태종 이승현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이승현의 경우 1차전 직전부터 추 감독이 체력저하를 우려했다. 시리즈 내내 자신보다 큰 하승진을 1대1로 막아야 하기 때문. 추 감독은 안드레 에밋에게 들어가는 원 카운트 더블팀과 나머지 선수들이 차례로 간격을 좁혀 압박하는 특유의 수비를 의식, 이승현이 최대한 하승진을 홀로 제어해야 한다고 본다. 이승현은 6강과 4강을 거치면서 상대 외국센터들을 막아왔다. 문제는 오리온에서 이승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 추 감독은 "승현이가 파울트러블에 걸리면 장재석이 하승진을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장재석은 이승현보다 키는 커도 수비센스는 다소 떨어진다.
결국 오리온 역시 이승현을 비롯한 주축 멤버들의 체력이 변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체력이 저하되면 1차전과 같은 리바운드 응집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리바운드를 위한 박스아웃, 수비리바운드 가담은 체력 부담이 크다. 추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너무 밀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 실제 1차전서 리바운드에서 앞섰음에도 크게 달아나지 못하면서 역전패했다. 그만큼 정통 5번이 2명이나 있는 KCC는 오리온으로선 버겁다.
챔프 2차전. 두 팀이 어떻게 변수를 극복할까. 시리즈 전체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키 포인트다.
[KCC 선수들(위), 패스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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