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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더비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은 전반 16분 마커스 래쉬포드가 마틴 데미첼리스와의 1vs1 대결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베테랑 센터백 데미첼리스는 자신이 최종 수비수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했다. 그는 래쉬포드를 향해 너무도 도전적인 태클을 시도했고 이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치명타가 됐다. 그에 반해 맨유 수비수들은 맨마킹 상황에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날은 루이 판 할의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선발명단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주전 수비수 뱅상 콤파니와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부상 공백을 데미첼리스와 엘리아큄 망갈라로 메웠다. 최전방에는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자리했고 좌우 측면에는 헤수스 나바스와 라힘 스털링이 자리했다.
판 할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크리스 스몰링과 달레이 블린트가 중앙 수비를 맡았고 마이클 캐릭이 홀딩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래쉬포드가 원톱에 서고 앤서니 마샬이 왼쪽 측면 날개로 출전했다.
#데미첼리스
사실 래쉬포드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의 흐름은 맨시티가 좋았다. 전반 16분까지 맨시티가 슈팅 4개를 시도하는 사이 맨유는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문제는 동시에 맨시티 수비에 불안 요소가 감지됐다는 점이다. 같은 시간 맨시티의 태클은 대부분 수비지역에 집중됐다. 6개 중 무려 4개가 페널티박스 근처였다. 이는 맨유의 전진패스가 비교적 쉽게 맨시티 위험지역 안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부터 서서히 데미첼리스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박스 근처 태클 4개 중 2개가 데미첼리스였고 전반 16분 세 번째 태클이 실패하면서 래쉬포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설상가상 후반에는 어이없는 백패스로 조 하트를 다치게 하는 엑스맨 활약까지 했다. 결국 화가 난 페예그리니 감독은 후반 8분 그를 교체했다.
“질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26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완벽한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러나 맨유는 몇 번이나 득점 기회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단지 한 골을 넣기 위해 온 것 같았다” – 페예그리니 –
갈수록 빨라지는 공격수들에 맞혀 수비수들도 그에 맞는 민첩성과 스피드를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맨마킹 수비에 강한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센터백 변신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측면에서 30대 중반을 넘긴 데미첼리스는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를 쫓지 못했다. 실제로 이미 그는 몇 년전부터 맨마킹에서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반면 크리스 스몰링과 달레이 블린트는 아구에로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보통 스몰링이 아구에로와 직접 부딪히며 압박을 가했고 블린트가 공간을 커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이것도 블린트가 압박하면 스몰링이 뒷공간을 메우는 등 상황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이날 맨유는 이러한 수비적인 호흡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았다.
스몰링은 총 5개의 태클 중 3개를 성공했는데 그것이 모두 페널티박스 근처였다. 실패한 2개는 하프라인을 넘어선 높은 위치였다. 최종 수비수인 스몰링의 태클이 이처럼 높은 곳에서 발생한 이유는 아구에로가 공을 받으려 내려갈 때도 압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블린트는 박스 안에서 클리어가 완벽에 가까웠다. 헤딩을 포함해 총 8번을 모두 성공했다.
#후반전
잇따른 부상과 데미첼리스의 황당한 플레이로 인해 맨시티는 53분 만에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써버렸다. 페예그리니는 데미첼리스를 빼면서 윌프레드 보니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페르난지뉴를 센터백으로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소 모험적인 변화 후 맨시티는 경기를 지배했다.
슈팅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반에 9개였던 슈팅은 후반에 17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슈팅 숫자가 늘었지만 결정을 짓지 못했다. 한 차례 골대를 강타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맨유의 수비에 고전한 게 더 컸다.
“많은 선수들의 경련이 났다. 3일전 경기를 치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매우 환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맨시티 원정에서 승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판 할 –
체력적인 측면에선 분명 맨유가 불리한 경기였다. 맨시티보다 이틀 늦게 유로파리그를 치르면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했다. 경기 막판에 갈수록 다르미안, 래쉬포드 등 다리에 쥐가 나는 선수들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맨유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개인 기술이 좋은 맨시티 선수들을 상대로 사전에 공간과 슈팅 각도를 좁히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판 할의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경기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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