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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의 문이 열렸다. 단단하고 육중한 문을 열어 DC 슈퍼 히어로들의 신세계로 초대된 느낌이다. 문 저편은 어둡고 무겁지만 도덕적 논쟁과 신화적 재림, 그리고 갈등과 화합이 번쩍번쩍 충돌하고 빛을 내는 공간이다. 현기증이 일만큼 아찔하고, 소름이 돋을만큼 매력적이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블랙홀처럼 관객을 빨아들일 것이다.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헨리 카빌)과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의 격렬한 전투 이후, 메트로폴리스는 파괴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신과 같은 존재인 슈퍼맨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어둠의 기사 배트맨(벤 애플렉)은 그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전쟁을 벌인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동안 악당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는 가공할만한 음모를 꾸미고 히어로들을 함정에 빠뜨린다.
배트맨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시종 선과 악의 대립과 딜레마를 엔진으로 삼아 굉음을 내며 돌진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블랙(배트맨) 대 블루(슈퍼맨), 인간 대 신의 대결구도 속에 악을 응징하다 발생한 희생자에 대해 선은 책임이 없는가라는 도덕적 질문부터 힘 자체가 과연 순수한 것인가라는 철학적 논쟁까지 만만치 않은 주제를 녹여낸다.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여놓고 파닥파닥 불꽃을 일으키는 전개 방식이 긴장을 팽팽하게 잡아 당긴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신부터 도심에서 벌어지는 카 체이스신에 이르기까지 박력 넘치고 스펙터클한 영상이 화면을 뒤흔든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생동감 넘치는 타격감과 질감으로 심장 박동수를 높이다. 기존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파워풀한 배트모바일과 배트윙의 액션 시퀀스 역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전기를 흡수해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둠스데이와 히어로들의 대결도 위력적이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를 연상시키는 악당 렉스 루터의 활용법도 인상적이다. 배트맨이 하비 덴트와 레이첼 중 한 명만 구할 수 있는 양자택일의 가혹한 운명에 처해졌듯이, 이번엔 슈퍼맨이 비슷한 조건 속에 내몰린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렉스 루터를 조커처럼 다루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의 솔로무비를 한꺼번에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 활용술도 인상적이다. 그만큼 각 캐릭터마다 스토리가 단단하다. 오랫동안 범죄와 전쟁을 벌이다 늙고 지쳐버린 배트맨, 자신에 대한 대중의 비난에 곤혹스러워하는 슈퍼맨, 그리고 언제 다시 인간 세계로 복귀해야할지를 결정해야하는 원더우먼은 그 자체로 풍성한 이야기를 내장하고 있다.
새로운 배트맨에 합류한 벤 애플렉은 크리스찬 베일을 잊게할만큼 압도적이다. 특히 원더우먼 역을 맡은 갤 가돗은 완벽한 여성 히어로의 전범을 제시한다. 그가 원더우먼으로 등장할 때 극장에선 탄성이 터졌다. 완벽한 순간에 흐르는 원더우먼 테마곡은 금상첨화다.
아쿠아맨, 플래쉬맨, 사이보그를 적절한 시점에 짧고 강렬하게 등장시켜 ‘저스티스 리그’ 파트1을 예고한 점도 DC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 영화는 신과 같은 존재인 슈퍼맨의 외계, 자경단원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배트맨의 인간계, 원더우먼부터 사이보그까지 인간과 신 또는 과학의 결합체인 메타휴먼계가 어우러진 슈퍼 히어로들의 리그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서막이다.
장중하게 흐르는 151분이 지나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똑같은 상황 설정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전자가 악에 대한 분노와 적의를 잉태했다면, 후자는 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상징한다. 정의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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