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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그 어려운 걸 또 해냈지 말입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의 대사가 떠오른다. 약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장범준은 또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장범준은 밴드 버스커버스커 3장의 앨범과 자신의 이름으로 낸 정규앨범 2장을 통틀어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다. 참으로 어려운 일을 장범준은 해냈다.
지난 18일 정규 2집 수록곡 '그녀가 곁에 없다면'(결혼 행진곡을 활용한 신곡)을 선 공개한 장범준은 25일 더블타이틀곡 '빗속으로', '사랑에 빠져요'를 비롯한 신곡 전곡을 공개했다. 그의 노래는 철옹성 같던 '태양의 후예' OST를 단숨에 밀어냈다. 현재 각종 음악사이트 음원차트는 장범준과 '태양의 후예' OST로 물들었다.
이번 신보는 단연 장범준표 음악들이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하고, 색다를 것 없지만 색다르다.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기타리프와 드럼, 베이스를 깔고 경우에 따라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단 하나의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귀가 꽉 차는 풍부한 사운드를 추구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오히려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장범준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청자들이 많은 이유다.
작가적인 면모도 갖췄다. 그의 작사는 표현법이 남다르다. '빗속으로'의 경우 '빗속으로, 별빛속으로'의 라임을 맞춰 회화의 이미지를 끌어냈다. 그의 음악은 신기하게도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또, 사랑을 비, 벚꽃, 낙엽에 빗대는 은유가 참신하다. 현상과 감정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고 정의 방식도 뛰어나다. 자신만의 화법을 갖춘 아티스트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신보에서 '벚꽃엔딩'을 처음 들을 때와 같이 신선하고 혁신적으로 느껴지는 곡이 없다는 건 아쉬움이다. 몇 몇 노래 속 서사는 전작 장범준 1집과 비슷하게 들린다.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나 후렴 이후 내지르는 창법 등은 대부분의 곡에서 같은 느낌으로 흘러간다. 보컬톤이나 음악 멜로디의 기승전결이 몇 가지 패턴으로 나뉘는 인상이다. 노래의 서사가 전형적이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피로감이 없다는 말은 반대로 지루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장범준은 이미 5장의 앨범을 통해 자신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보여줬다. 여전히 많은 청자들이 장범준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고 있지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조금의 변화와 한 걸음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찾은 이유는 따뜻한 감성과 그만의 멜로디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지, 단순히 익숙하고 편해서는 아닐 터다.
가수들이 자기복제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롱런하는 아티스트를 논할 때 도전과 시도를 빼 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수 장범준 신보 재킷 커버. 사진 =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킷 커버]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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