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LG 정현욱은 2014년 7월 8일 잠실 두산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26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전서 627만에 공식 경기에 등판할 때까지 팔꿈치 재활만 한 건 아니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위암 판정을 받았다. 팔꿈치는 재활만하면 다시 마운드에 서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암은 선수생활 지속 여부를 떠나 인간 정현욱의 삶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는 627일 동안 처절하게 자신과 싸웠다. 그리고 이겨냈다. 몸무게가 약 20kg 빠졌지만, 지금 정현욱은 건강하다. 두산전 ⅔이닝 무실점 투구가 그 증거다.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국민 3~4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정현석(한화) 등 야구계에도 암 투병을 했던 선수가 더러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당사자가 되면 두렵고, 막막해진다. 정현욱도 그랬다. 그는 "은퇴도 생각했다.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1군 복귀를 준비했다. 627일만의 복귀전서 힘차게 뛰어올라오던 모습이 증명한다.
특유의 성실함은 정현욱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주위에 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야구판과 팬들에게 소문이 났지만, 묵묵히 다시 공을 던질 날을 위해 야구선수의 몸을 만들어왔다. 정현욱은 "치료는 끝났다. 이제는 6개월에 한 번씩 점검만 받으면 된다. 공은 이천에서 지난해부터 다시 던졌다"라고 했다.
덩치 좋기로 소문났지만, 암 투병과 팔꿈치 재활을 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가까이에서 본 정현욱은 얼굴과 허벅지가 예전에 비해 확연히 작아졌다. 그는 "20kg 정도 빠졌다. 프로 초창기로 되돌아갔다. 유니폼 사이즈를 다시 맞췄다"라고 웃었다.
▲간절하게, 던지고 싶었다
정현욱의 재활과 건강 회복에 많은 사람이 신경을 썼다. "가족, 트레이너, 동료 선수들 모두 도와주고 신경을 써줬다.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다. 보답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신을 돌아봤고, 건강의 소중함도 느꼈다. 정현욱은 "솔직히 건강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내 자신을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됐다"라고 했다.
복귀전은 최근 결정됐다. 정현욱은 "그저께 1군에 올라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던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야구장에 나오니 경기 조에 포함됐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627일만에 다시 선 1군 마운드. 정현욱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는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 그 어색한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손꼽아 기다려온 복귀전이었다. 정현욱은 "간절하게, 던지고 싶었다"라고 했다.
▲5월을 기다린다
정현욱은 "트레이너 파트에서 5월이면 몸이 100%가 될 것 같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복귀전 최고구속은 140km대 초반이었다. 150km을 넘는 특유의 묵직한 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역시 "예전보다 힘이 달린다는 게 느껴진다.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된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정현욱이 5월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새로움에 눈을 떠야 할 때다. 정현욱은 "요즘 1군 투수들이 기를 쓰고 한다. 나도 나이 40이 다 됐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반갑다. 이제는 야구로 승부해야 한다. 그들의 성장에 자극이 된다. 한편으로 부럽다"라고 했다.
마운드에서의 승부 요령도 조금 바뀐다. 정현욱은 "가운데만 보고 던졌는데, 이제는 힘을 빼고 던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고 했다. 물론, 야구에 대한 간절한 마음은 그대로다. 그는 "예전에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던지기도 했다. 패전처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게임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이제는 더욱 성의있게 던질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정현욱이 5월에 1군에 돌아온다면, LG 마운드에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
[정현욱. 사진 = LG 트윈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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