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최창환 기자] 오리온의 V2. 자세히 보니 V1 시절과 비슷한 면이 참 많다.
고양 오리온이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완승,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오리온은 연고지를 대구에서 고양으로 옮긴 이후 2011년 이후 5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전신 대구 동양 시절까지 포함하면 통산 2번째 우승이다.
오리온이 서울 SK를 최종전 끝에 꺾은 2001-2002시즌과 비교해보면, 현재 오리온에는 당시와 비슷한 요소가 적지 않다.
▲ 피터팬 김병철-코치 김병철
현역시절 '피터팬'으로 불린 김병철 코치는 오리온에서 유일한 2001-2002시즌 우승멤버다. 김병철 코치는 2001-2002시즌 챔프전에서 7경기 평균 33분 50초 동안 12.3득점 3점슛 2.4개 1.3스틸을 기록, 오리온의 우승에 공헌했다.
김병철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1997시즌 오리온에서 데뷔, 한 차례의 이적 없이 13시즌을 오리온맨으로 활약했다. 김병철 코치의 현역시절 등번호 10번은 오리온에서 유일하게 영구결번된 번호다.
더불어 김병철 코치가 오리온 소속으로 뛴 경기는 556경기에 달한다. 이는 추승균(KCC, 738경기), 김주성(동부, 635경기)에 이어 단일팀 최다 출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고양체육관에는 김병철 코치의 영구결번 10번 외에 2001-2002시즌 정규리그 우승, 2001-2002시즌 통합우승, 2002-2003시즌 정규리그 우승 등 3개의 우승 배너가 있다. 다음 시즌에는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배너가 걸릴 터. 김병철 코치는 오리온의 모든 우승 배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리온의 자랑이 됐다.
▲ 테크니션 힉스, 잭슨
마르커스 힉스는 2001-2002시즌 오리온의 통합우승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가공할 탄력과 폭발력으로 정규리그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힉스는 챔프전에서도 평균 31.3득점 11리바운드 4.1블록으로 맹활약, 오리온의 우승을 주도했다. 외국선수 신분으로 챔프전 MVP로 선정된 역대 첫 사례도 힉스였다.
사실 힉스는 2001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타 팀이 눈여겨보지 않은 선수였지만, 오리온은 과감히 1순위로 힉스를 선발했다.
“힉스는 KBL에 오기 전까지 내세울 프로 경력이 없었던 선수다. 트라이아웃에서 대부분의 팀들은 안드레 페리(삼보, 2순위)를 1순위 후보로 꼽았다”라는 게 당시 오리온 프런트의 회고다. 김진 당시 감독(현 LG 감독)의 혜안이 최고의 결과물로 이어진 것.
포지션은 다르지만, 조 잭슨 역시 오리온의 올 시즌을 돌아볼 때 할 얘기가 많은 외국선수다. 잭슨은 180cm의 신장에도 전체 14순위로 오리온에 선발됐다. 외국선수 신분으로는 모처럼 KBL에 등장한 정통 포인트가드였기에 화제를 모았다.
물론 잭슨이 KBL에 적응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리그 초반만 해도 외국선수의 동시 출전 쿼터가 제한돼 오리온은 장신으로 선발한 스코어러 애런 헤인즈를 1옵션으로 기용해왔다.
잭슨이 상대의 지역방어에 미숙한 면을 보여 외국선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잭슨을 선발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교체는 없다”라며 잭슨에게 힘을 실어줬다.
잭슨은 리그 적응을 마치자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단순히 김종규, 김주성 등 장신들을 앞에 두고 인유어 페이스를 성공시켜서가 아니다.
잭슨은 안정된 드리블과 기동력, 폭발력을 두루 뽐내며 오리온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오리온이 정규리그서 헤인즈의 부상 속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잭슨이었다. 2001-2002시즌 힉스가 있었다면, 2015-2016시즌 오리온에는 잭슨이 있었다.
▲ 김승현, 그리고 이승현
‘승현’. 오리온 역사를 논할 때 결코 잊어선 안 될 이름이다. 2001-2002시즌 김병철의 3점슛도, 힉스의 폭발력도 김승현이 없었다면 그 위력이 반감됐을 것이다.
김승현은 2001-2002시즌 혜성처럼 등장, 오리온을 일약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센스 넘치는 경기운영능력과 배짱을 두루 갖춘 김승현은 오리온의 농구에 화려함과 실속을 더해줬고, 덕분에 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인상&정규리그 MVP 동시석권이라는 역사를 썼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2015-2016시즌 주축전력 가운데에도 ‘승현’이 있다. 2014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이승현이다. 김승현처럼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승현은 2년차 시즌에 보다 원숙한 경기력을 뽐냈다.
이승현은 자신보다 약 25cm 큰 하승진을 수비하는가 하면, 공격에서도 내·외곽을 오가며 핵심역할을 맡았다. 부지런히 스크린을 걸어줬고, 2대2를 통한 3점슛도 쏠쏠했다. 속공트레일러로 나서 오리온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추일승 감독은 “4차전이 끝난 후 응급실에 다녀왔고, 5차전 이후에는 몸이 안 좋아 링거를 맞기도 했다”라며 궂은일을 도맡은 이승현을 안쓰러워했다. 강행군이었지만, 이승현은 프로 데뷔 첫 우승으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위부터) 김병철, 마르커스 힉스, 조 잭슨, 김승현,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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