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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가 작가에게 무한 신뢰를 갖게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연기력은 기본이고, 작가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함께 그려나갈 줄 알아야 한다. 때론 작가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덧칠하며 더 좋은 작품으로 함께 발전시킬 수 있어야 작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신세경은 참 신뢰 가는 배우다. 스타 작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벌써 세 번째 작품을 마쳤다. ‘선덕여왕’에 이어 ‘뿌리깊은 나무’로 믿음을 높인 신세경은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는 여섯 용 중 민초를 대변하는 분이 역을 맡아 작가들의 믿음을 100% 충족시켰다.
방송 전부터 신세경에 대한 작가들의 믿음은 남달랐다. 신세경이 연기하는 분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믿음이 있었기에 50부작의 긴 여정은 웃으며 마무리 됐다.
“50부작이 쉽지 않더라”며 긴 여정을 되돌아본 신세경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의 세 번째 호흡에 대해 “부담감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 같고 세 번째 만남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신세경은 세 번째 만남 자체보다는 두 작가가 만들어낸 분이 캐릭터를 만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분이 캐릭터 설명을 듣고 점점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스스로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작가님들과 꾸준히 작품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저는 아직 안 좋은 점을 못 찾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연륜이 차곡차곡 잘 쌓여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은 사람이라 정확한 장단점을 따질 수는 없어요. 단점은 아직 모르겠고 장점은 알겠어요.(웃음) 작가님들께서 쓰시는 여자 캐릭터는 이럴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어요.”
신세경 말대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그리는 여자 캐릭터는 여타 캐릭터와는 달랐다. 일부 사극에서 표현되는 여자 캐릭터는 남자 캐릭터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 아쉬움을 주는데 분이는 ‘분이 대장’으로 불릴 정도로 당찼다.
“사실 입에 발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작가님께서 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분명히 있고, 캐릭터가 가진 큰 형상이 있는데 그에 반해 제가 가진 그릇이 너무 작았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어요. 하지만 연기 하면서 마지막에 분이가 바로 희망이라는 걸 깨달았죠. 딱 일궈낸 결과를 가져다준 게 아닐지라도 어쨌든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희망을 봤잖아요. 분이는 자기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는 게 삶의 목적이고 그 사람들이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아이에요.”
가상 인물이었지만 분이는 큰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에 신세경은 더 책임감을 가졌다. 실존 인물들과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신세경은 “대본을 보면 명확하고 확실하게 나와 있어 나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입체적으로 생각했을 뿐, 가상 인물이라고 해서 어려움이나 고민 같은건 오히려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딱히 없었어요. 분이가 너무 명확하고 확실하기 때문에 이해 가지 않고 납득가지 않았던 상황은 없었죠. 다행이에요. 분이로 등장하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특히 초반에 때칠 하고 등장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를 마치고나서 분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그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신세경은 시청자들이 비주얼을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때칠을 했던 분이의 모습에 큰 애착을 갖고 있었다. 신세경은 “되게 편했다. 마음을 어느 순간 놓아 버리면 된다. 수정도 자주 안 해도 돼서 좋았다”며 웃은 뒤 “옷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듯 초반 분이 캐릭터를 다지는데 있어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극은 아무래도 현대극에 비해 자연인 신세경과는 동떨어진 환경에 나를 놓게 돼요. 또 그런 옷을 입고 있다보니까 좀 더 빨리 속세를 잊고 온전히 몰입하기 편안한 것 같아요. 초반에 때 분장을 한 분이 같은 경우 일반적인 사극과는 다른 느낌이라 더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신세경 마음에 깊이 남은 대사는 무엇일까. 그는 ‘살아 있으면 뭐라도 해야 되는 거니까’, ‘결국 지금 이 시대의 백성은 아무것도 못하는 거였네요’라는 대사를 꼽았다. “분이 캐릭터를 잘 드러낼 수 있었고, 연기를 하는 순간에도 굉장히 울림이 컸다”고 덧붙였다.
신세경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함께 한 ‘육룡이 나르샤’의 모든 것에 만족했다. 물론 50부작을 끌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고, ‘허투루 마음먹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다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결말은 물론 현장 역시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뿌리깊은 나무’와 연결되는 결말이 저한테 정말 남달랐어요. 찍으면서도 느꼈던 건데 분이가 난세를 겪으면서 죽음에 이르지 않고, 이도를 보잖아요. 그게 희망을 마주하는 느낌이라 되게 뭉클했어요. 이방원(유아인)과의 러브라인에 대한 아쉬움도 없어요. 분이와 이방원의 관계가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멜로와 달라서 오히려 놓았죠. 연인 이상으로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고 깊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또 ‘육룡이 나르샤’ 현장은 메이킹만 봐도 시종일관 웃고 있을 정도로 웃을 일이 많았어요. 그만큼 정신적인 고통도 없었고, 모난 사람이 한명도 없었어요. 보통 한명은 있기 마련이고, 누구 하나는 모나 줘야 하는데..(웃음) 정말 이상한 현장이에요. 이상할 정도로 정말 다 좋았어요.”
[신세경. 사진 = 나무엑터스,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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