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이 선두독주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
144경기 장기레이스는 각 파트별 내구성으로 승부하는 무대다. 두산은 흠 잡을 부분이 거의 없다. 더스틴 니퍼트~장원준~유희관~마이클 보우덴으로 이어지는 1~4선발이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한다. 타선은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제외하고 각 포지션별 주전이 확고하다. 출루, 연결, 해결에 필요한 장타력과 기동력, 응집력을 고루 갖췄다. 불펜은 정재훈이 가세하면서 이현승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했다. 백업 멤버들도 탄탄하다.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김태형 감독의 안전운행,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결단력도 돋보인다. 지난해 우승경험으로 벤치와 선수 모두 승부처 대처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이런 무수한 장점들이 5선발과 외국인타자, 정재훈~이현승을 돕는 필승계투조 요원이 부족한 약점을 완벽에 가깝게 보완해낸다.
결국 두산은 기대이상의 4월을 보냈다.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개막 후 꼬박꼬박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5월 첫 경기도 승리, 18승6패1무로 단독선두. 어느덧 2위 SK에 3경기 차로 달아났다. 아직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야구관계자들은 두산의 선두독주체제 구축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본다.
아직 11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두산의 선두독주체제 구축에는 외부변수와 내부변수가 있다. 외부변수는 두산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약간의 행운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SK와 NC는 두산을 꾸준히 추격하는 팀들이다. 두산의 페이스와는 별개로 이 팀들이 전력을 더욱 완벽하게 정비할 경우 두산의 선두독주체제 구축은 쉽지 않다. 반대로 이 팀들이 어느 시점에서 힘이 떨어지면 두산으로선 상대적으로 시즌 운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두산이 내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다. 김태형 감독은 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한 가지는 주축 멤버들의 부상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정재훈이다.
▲부상
두산은 2015시즌 개막전부터 부상자가 속출, 김 감독의 시즌 A플랜을 무너뜨렸다. 마무리 노경은의 턱 관절 부상과 이현승의 손가락 부상으로 윤명준이 마무리를 맡았다. 두산은 이현승이 전반기 막판 마무리투수를 맡기 전 2~3개월간 필승계투조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다 잡은 경기들을 상당히 놓쳤다.
야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기동력을 완벽히 발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체력이 강하지 않은 김재호와 오재원, 양의지가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두산은 시즌 중반까지 삼성, NC와 3강을 형성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조금씩 처졌다.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가정은 의미 없지만, 부상 변수만 제대로 컨트롤했다면 두산은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현 시점에선 부상이 가장 신경 쓰인다"라고 했다. 두산 특유의 파트별 구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백업들이 훌륭하다. 올 시즌의 경우 외야수 조수행, 내야수 류지혁, 포수 박세혁 등을 새롭게 발굴했다. 그러나 기존 주전들이 큰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할 경우 전력 약화는 막을 수 없다. 두산뿐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도 같은 입장.
지난해보다는 표시가 덜 난다. 그렇다고 해도 올 시즌에도 크고 작은 부상자가 있다. 현 시점에서 포수 양의지와 유격수 김재호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크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가장 큰 포지션. 그런데 양의지는 무릎이 썩 좋지 않다. 지난해 NC와의 플레이오프 때 다친 발가락 뼈가 회복된 건 두산으로선 다행스럽다. 김 감독에 따르면 김재호의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최근 양의지와 김재호에게 잇따라 휴식을 부여했다. 이미 승패흑자가 +12. 무리해서 눈 앞의 1승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두 사람뿐 아니라 박건우, 민병헌, 오재원 등도 크고 작은 잔부상이 있다. 대부분 야구선수가 안고 있는 직업병 수준. 김 감독은 철저히 관리해준다. 선발라인업을 흔드는 걸 선호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폭을 넓히면서 백업 멤버들을 적극 활용한다. 경기 중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부상만 피하면 부상변수는 자체적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정재훈
김 감독은 "재훈이가 시즌 초반에 조금 무리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실제 정재훈은 두산이 치른 25경기 중 무려 14경기에 등판, 20이닝을 소화했다. 2연투 두 차례, 3연투 한 차례가 포함됐다. 성적은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1.35.
정재훈은 고영표(KT, 16경기), 권혁(한화, 15경기), 이명우(롯데, 15경기)에 이어 최대경기 출장 4위다. 불펜요원들 중에선 송창식(한화, 21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이다. 정재훈은 시즌 초반 다소 무리하고 있다.
그는 한국나이 37세 베테랑이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앞으로도 5개월간 지속된다. 정재훈이 지금 페이스로 꾸준히 등판할 경우 한 여름 들어 구위가 떨어지고 투구내용이 나빠질 수 있다. 김 감독은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어쩔 수 없이 정재훈을 투입한다. 그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필승계투조가 없기 때문. 함덕주와 오현택은 정재훈보다 무게가 떨어진다. 김강률과 윤명준은 어깨가 좋지 않아 1군에 없다.
이 부분은 최근 수년간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다른 파트에서 이 약점을 적절히 메워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재훈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함덕주 오현택 김강률 윤명준이 정재훈의 몫을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두산 필승계투조의 짜임새가 좋아진다. 그리고 정재훈의 스테미너를 안배할 수 있다. 그만큼 시즌운영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두산이 선두독주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 두 가지 내부변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게 최대 과제다.
[두산 선수들(위, 가운데), 정재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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