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곡성’, 악마는 우연의 미끼를 들고 나타난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이후 마을에 원인불명의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이 범인일 것이라는 의심을 키운다. 경찰관 종구(곽도원)가 현장을 목격했다는 의문의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는 사이, 그의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다급해진 종구는 용하다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여 굿판을 벌인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한국 영화 사상 보기 드문 강렬하고 독창적인 오컬트무비다. B급 호러무비의 아이콘부터 토속적인 무당과 서양의 악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초자연적 세계 속으로 서서히 끌고 들어가 강하게 옭아맨다.

‘추격자’ ‘황해’의 범죄스릴러 장르에서 서스펜스를 창조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그는 동양의 샤머니즘과 서양의 엑소시즘을 결합시켜 관객을 미지의 공포에 가둬버린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종구가 곡괭이를 드는 순간부터 스릴을 높이고, 무명이 두 번째 나타나는 장면부터 혼란을 증폭시키는 이 영화는 누군가 멀리서 목격하는 롱샷의 시점을 통한 미스터리의 묘미까지 더해 숨이 턱턱 막히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비현실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흡인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디테일하게 담아낸 공간적 사실감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산 속 집의 으스스한 외관, 기괴한 비밀 동굴 등은 쉴 새 없이 내리는 굵은 빗줄기와 어우러져 시종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내공을 모두 쏟아붓는 배우들의 파워풀한 연기도 신뢰감을 더한다. 온갖 발악을 해다가 결국 두려움에 짓눌리는 곽도원, 신들린 듯한 무당 연기를 펼친 황정민, 무표정으로 스릴감을 높이는 쿠니무라 준, 서늘한 기운 뿜어내는 천우희는 ‘곡성’에 최적화된 연기를 선사한다. 특히 아역배우 김환희의 소름 돋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의심과 확신을 뒤흔든다. 초반에 믿었던 사람은 후반에 반전을 일으킨다. 세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공간이 아니라, 아무도 알 수 없는 불가해한 곳이다. 낚시를 할 때 무엇이 걸려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악마는 우연의 미끼를 들고 나타난다. 지금도 어디선가 곡 소리가 들릴 것을 생각하면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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