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톱타자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다."
두산과 LG의 공통고민은 톱타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개막 후 4월 28일 잠실 SK전까지 매 경기 허경민을 톱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타점은 14개로 준수했지만, 타율이 0.215였다. 결국 김 감독은 4월 29일 광주 KIA전부터 허경민 대신 정수빈과 박건우를 톱타자로 기용했다.
LG도 톱타자 고민이 심각하다. 개막전 톱타자로 임훈이 나섰다. 그러나 가래톳 통증으로 얼마 후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정주현, 이천웅이 주로 톱타자로 나섰다. 심지어 타자로 전향한 이형종이 톱타자 중책을 맡기도 했다. 결국 1일 잠실 KT전서는 베테랑 박용택이 톱타자로 출전했다.
▲심리적인 영향
1~2번 테이블세터는 출루, 3~5번 중심타선은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감독들이 선발라인업 작성을 할 때 기본적으로 감안하는 요소. 실제 타순에 맞는 기본적인 역할을 잘 소화해야 팀 공격의 짜임새가 좋아진다.
그러나 너무 부담을 갖거나 경직될 필요는 없다는 게 지도자들 설명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의 부진을 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치라고 했는데 본인은 말로만 편하다고 한다. 치는 것을 보면 전혀 편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LG 양상문 감독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톱타자는 1회에만 톱타자다. 이후에는 다른 타순의 타자와 다르지 않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그래도 톱타자는 경기 중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도 1번타자라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출루에 대한 지나친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뜻.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양 감독은 "톱타자는 1회 가장 먼저 타석에 들어설 때 다른 타자들보다 준비를 빨리 해야 한다. 호흡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두산 허경민이나 LG 임훈, 정주현, 이천웅 등은 톱타자 경험이 많지 않다. 심리적인 컨트롤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톱타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1회초, 1회말 톱타자의 출루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크다는 게 양 감독 설명. "투수 입장에선 1회 첫 타자를 잘 처리하면 이후 3~4회까지는 편안하게 가는 경우가 많다. 1회 첫 타자부터 꼬이면 흔들리기 쉽다"라고 했다. 반대로 공격하는 입장에서 1회 톱타자가 출루할 경우 상대팀을 심리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팀 공격이 쉽게 풀릴 가능성을 높인다.
▲대처법
김 감독은 "지금으로선 박건우가 톱타자에 가장 가깝다"라고 했다. 박건우는 1일 광주 KIA전서 시즌 처음으로 톱타자로 출전했다.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괜찮은 성적. 그는 4월 28일 잠실 SK전서 박정배의 사구에 꼬리뼈를 다쳤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거의 회복했다. 김 감독은 "타자와의 승부를 적극적으로 한다"라며 톱타자 박건우를 칭찬했다.
두산은 허경민,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기존 테이블세터의 타격감이 완벽하지 않다. 일단 두 사람의 타격감이 최상수준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박건우의 톱타자 중용 가능성이 크다. 대신 허경민은 지난주 KIA 원정서 8번과 2번을 쳤다. 허경민으로선 1번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은 8번 타순에서 타격감을 회복하는 게 낫다.
양 감독은 "용택이를 처음으로 1번으로 써봤는데, 괜찮았다"라고 했다. 임훈이 정상적으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박용택이 톱타자로 뛸 듯하다. 그는 베테랑 타자다. 과거 톱타자 경험이 있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LG는 박용택 톱타자 카드가 적중할 가능성이 있다.
LG는 팀 애버리지(0.258, 최하위)는 떨어진다. 그러나 홈런 개수는 1위(27개)다. 박용택이 1번 타순에서 효율성 높은 플레이를 하면 팀 홈런 파괴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다만, 박용택이 빠진 중심타선 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는 있다.
[박건우(위), 박용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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