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존에 들어오면 무조건 칩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했다.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는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짜임새가 더 좋아진 느낌이다.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오재일을 빼놓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는 2005년 현대에 입단했다. 한 방이 있는 왼손타자다. 그러나 좀처럼 애버리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세부적인 테크닉의 결함이 있었다.
2012년 두산으로 이적했다. 2015년까지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1루수, 지명타자 경쟁서 계속 밀렸다. 출전기회가 제한됐다. 스스로 위축됐다. 인상적인 실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시 입지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 시즌은 다르다. 타율 0.400(2위), 4홈런 15타점 15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득점권타율(0.278)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홈런과 타점이 아주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장타율(0.643) 리그 1위다. 이 부분이 득점권 약세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지금 오재일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다. 예년과 비교할 때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크게 두 가지다.
▲초구
오재일은 "초구나 2구를 습관적으로 놓치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현대야구에서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부분과 배치됐다. 최근 지도자들은 타자에게 초구부터 자신만의 타격 존에 공이 들어올 경우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한다. 오재일도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내 타격 존에 들어오면 초구나 2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라고 한다"라고 털어놨다. 과거에 비해 투수가 던지는 구종이 늘어났다. 코스도 다양하다. 제구력도 좋아졌다. 타자로선 초구 혹은 이구에 자신이 공략 가능한 코스에 방망이를 내지 못하면 안타를 때릴 확률은 떨어진다. 민병헌도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 안타를 치는 게 쉽지 않다"라고 했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만의 타격 존(안타로 연결할 수 있는 코스)을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 야규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을 모두 공략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 타격코치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과 스윙 매커니즘, 상대 배터리의 대응에 따라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형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타격 존을 설정한 뒤에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테크닉 향상이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은 "재일이는 왼손투수에게 조금 약했다. 이제는 왼손타자의 몸쪽 코스에 오는 공을 제대로 쳐낸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타격 존이 확대됐다. 타격 테크닉도 향상된 증거. 실제 오재일은 좌투수에게 타율 0.440으로 우투수(0.378)보다 더 좋다. 그는 "매년 스윙이 퍼져서 나오는 걸 교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콤팩트한 스윙을 하지 못하면 왼손투수의 몸쪽 공을 쳐내는 건 쉽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오재일은 초구에 강한 타자가 됐다. 올 시즌 그의 초구 타율은 0.556. 지난해 0.400보다 높다. 초구 5안타 중 2개는 홈런. 투수들은 오재일이 공격적이면서 위압적인 타자라는 걸 인식했다. 올 시즌 오재일은 향상된 타격 테크닉과 넓어진 타격 존, 적극적인 초구 공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터리와의 수싸움에서 주도권을 갖는다. 데뷔 11년만에 야구가 제대로 풀리고 있다.
▲무념무상
그렇다면 왜 오재일은 그동안 초구 혹은 2구 스트라이크를 놓쳤을까. "소심했다"라고 털어놨다. 의식을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타격코치님이 스윙 3번 하고 돌아와도 괜찮다고 격려해줬다. 요즘에는 좀 더 과감하게 치려고 한다"라고 털어놨다. 부단한 훈련과 마인드 변화로 타격에 눈을 떴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오재일은 "오늘만 생각한다. 오늘 미리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당연히 시즌 성적도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매 경기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오재일이 올해 진짜 한 단계 성장했는지는 시즌 막판이 돼봐야 평가할 수 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현 시점. 희망적이다. 어느덧 4번 1루수로서의 팀 내 입지도 확고하다.
[오재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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