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에겐 기회다.
KIA 마운드는 줄부상에 시달린다. 윤석민(어깨), 임준혁(종아리), 곽정철(혈행장애), 김윤동(옆구리), 심동섭(허리), 한승혁(엄지손가락)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선발진과 불펜진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선발 한 자리는 최근 한기주가 연이어 호투하며 메워냈다. 그러나 또 한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윤석민과 임준혁 모두 아직 복귀 소식이 없다. 불펜은 곽정철과 심동섭이 곧 복귀수순을 밟는다. 그래도 아직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멀리 보면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73번째 경기에 가세하기까지 2달 정도 더 버텨야 한다.
▲임기준의 제구력 향상
KIA는 4일 광주 롯데전서 마땅히 내세울 선발투수가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좌완 임기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올 시즌 첫 선발등판. 그는 지난해에도 4~5선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보다는 최근 투구가 괜찮았다. 4월 29일 광주 롯데전서는 1⅔이닝 2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첫 홀드를 챙겼다.
임기준은 선발로도 좋은 투구를 했다. 5이닝 8피안타 1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승리 자격은 충분했다. 사사구가 1개도 없었다는 게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34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 27개, 몸에 맞는 볼 12개를 내줬다. 경기당 사사구 허용이 1개를 넘었다. 그만큼 제구력이 불안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2⅔이닝을 소화하면서 6개의 볼넷만 내줬다. 몸에 맞는 볼은 단 1개도 없다. 제구력이 좋아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투구 폼이 다듬어진 느낌. 지난해의 경우 투구 시 중심이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자신이 가진 힘을 100% 활용한다. 투구 시 얼굴 방향을 교정했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임기준으로선 지금이 기회다. 좀 더 꾸준히 호투할 경우 윤석민과 임준혁이 선발로 돌아와도 불펜 한 자리를 꿰차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구속 올라온 홍건희
KIA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50km대 초반의 구속을 찍은 적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50km 초반의 직구를 더 자주 찍는다. 우완 홍건희다. 그는 4일 광주 롯데전서 공 6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3-2로 앞선 9회 2사에 등판, 김문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세이브를 챙겼다. 4월 29일 광주 두산전에 이어 시즌 2세이브.
홍건희는 3일 광주 롯데전서도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올 시즌 11경기서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30. 전체 불펜투수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이다. 곽정철, 심동섭, 김윤동이 빠져나가면서 홍건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그럼에도 홍건희는 심적인 부담감을 갖지 않고 잘 던지고 있다. 구속이 빨라지면서 강속구 위주의 피칭을 선보인다.
사실 4일 경기서 박준표가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그는 1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홍건희를 투입했다. 세이브를 의식한 기용으로 보였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홍건희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이 확실히 커졌다는 게 입증된 장면이었다. 홍건희 역시 지금이 기회다. 곽정철, 심동섭에 심지어 후반기 임창용이 가세해도 불펜에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을 심어줄 절호의 찬스다.
김 감독은 나이, 이름값에 관계 없이 조그마한 장점이 있으면 1군에서 기회를 충분히 주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임기준과 홍건희는 최근 인상적이다. 투수 줄부상이 위기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겐 기회다. 멀리 보면 KIA 마운드가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임기준(위), 홍건희(아래).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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