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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해요.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50세가 됐을 때, 문득 과거 증조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할머니는 만난다면 사죄하고 싶어요."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 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 배급 콘텐츠 난다긴다)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로, 도회적인 이미지의 배우 윤여정이 파격적인 할머니 분장으로 '도전'을 한 작품이다.
"영화가 슬프더라고요. 그런데 스스로 제 영화를 보고 좋게 봤다고 느낄 수도, 말할 수도 없어요. 단점만 보이지 좋은 게 안보여서요. 조사 차원에서 보게 되니까 다른 것들이 많이 보였죠."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하얗게 센 머리와 까맣게 을린 피부를 위해 머리에는 순알코올을 발랐고 피부에도 두터운 분장을 하며 투박하고 여느 시골에나 있을 법한 계춘할망으로 변신했다.
"비주얼은 분장을 끔찍하게 했구나 싶었어요. 아직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머리는 옥수수 수염같았어요. 머리가 더 하얀데도 더 하얗게 했거든요. 순알코올을 발랐더니 머리가 뚝뚝 끊어지더라. 안그래도 늙어서 모든게 상태가 안 좋을 때인데 몇 달간 알코올 칠을 했고 얼굴은 아직도 벌겋게 돼요. 부끄러운 사람처럼 빨개져요."
70대의 나이에, 젊은 배우들도 하기 힘든 분장으로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극중 계춘할망은 12년만에 만난 손녀 혜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가슴 미어지도록 헌신적인 할머니다.
"전 엄마 해봐서 아는데 엄마는 자꾸 자식이 잘되게 하려고 잔소리를 해요. 엄마 노릇을 처음으로 해보는 거니까 잘 보이려고 하는 건데 할머니가 되면 그런게 없어요. 토하는 것, 오줌 싸는 것도 예뻐보이거든요. 할머니의 사랑은 무한한 사랑이에요. 50대 때 증조할머니가 날 그렇게 많이 예뻐했어요. 우리 집이 독자 집안이라서 제가 몇 십 년만에 우리 집안에서 태어난 거였어요. 10세 때까지 같이 살았는데 입으로 씹어서 내게 줬을때 정말 비위생적이라서 싫었거든요. 과거를 잊어버렸는데 50살 넘어서 문득 생각이 났어요."
윤여정은 그 뒤로, 매일 밤 자기 전 할머니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기도를 하고 잠에 든다. 무한한 사랑을 그 당시에는 당연한 듯 받아들였고, 자신이 그 나이에 비슷해지자 비로소 몸으로 느꼈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국에서 만난다면 무릎을 꿇고 미안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15년째 기도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할머니가 생각나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무한한 사랑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정말 잔잔하고 아름다운 얘기잖아요."
[윤여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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