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안경남 기자] “나무보다 숲을 보고 있다. 우리는 내년을 보고 간다. 당장 전술 훈련이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그런 건 의미가 없다. 지금은 끊임없이 보완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먼저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9세이하(U-19) 축구대표팀은 9일 파주NFC에 소집되어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2016 수원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2017년 자국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월드컵을 1년 남짓 남겨둔 안익수호에게 이번 대회는 현재 전력을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소집 첫 날 안익수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들은 2시간이 넘게 공 뺏기와 패스훈련 그리고 10대10 미니게임을 실시했다. 보통 첫날 훈련이 가벼운 몸 풀기로 진행되는 다른 대표팀과는 연습량의 차이가 컸다. 그렇다고 무작정 선수들에게 과한 운동량을 요구한 건 아니다. 소속팀에서의 출전 시간 부족으로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 중 하나였다.
실제 선수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안익수 감독은 훈련장에 커다란 스피커를 설치해 리드미컬한 팝송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고 훈련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음악을 자주 트신다”고 설명했다. 안익수 감독이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 첫 날 훈련치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훈련시간이 길었지만 막상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설명하다보면 30~40분은 그냥 지나간다. 훈련량이 많은 건 아니다”(이때 안익수 감독이 갑자기 옆에 있던 김정환(FC서울)에게 그렇지 않냐고 묻자 김정환은 “다른 선수는 괜찮은데 제가 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고 말해 안익수 감독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 과거 ‘호랑이 지도자’로 불렸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겐 다른 모습이다
“지도자나 선수 모두 환경에 따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환경을 극대하기 위해선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프로에선 모두 성인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다. 각자 대하는 것이 달라야 한다”
- 선수들 컨디션은 어떤가
“첫날이기 때문에 며칠 두고 봐야 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도 있어서 자칫 피로가 누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훈련을 안 할 수는 없다. U-19대표팀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수원JS컵이 끝나고 6월부터 9월말까지 정확히 예정된 훈련일정이 11일 밖에 되지 않는다. 각자 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그렇다. 마지막 미니게임을 길게 소화한 것도 감각을 올리기 위해서다. 한찬희(전남드래곤즈) 같은 경우 R리그도 안 나가고 1군에서도 훈련만 참가하고 있다. 교체로 15분 뛴 게 전부다. (한)찬희는 지금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이동준(숭실대)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에 있을 때는 제일 잘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 3~4학년 형들과 경쟁에서 못 뛰다보니까 감각이 떨어졌다. 거의 1년간 공백이 생기면서 90분 경기를 하면 힘들어한다. 이런 부분들이 걱정이다”
- 독일 같은 경우 연령별로 리그를 소화한다고 들었다
“독일은 연령별로 리그가 있다. 그래서 각 리그에서 잘 뛰는 선수를 뽑으면 된다. 반면 우리는 선발은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컨디션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선발한 뒤 훈련을 통해 컨디션과 감각을 올려야 한다. 시스템의 차이다. 그것을 간과하고 우리의 훈련을 보면 왜 저렇게 많이 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선수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잘 뛰는 선수들은 소속팀에서도 많이 뛰기 때문이다”
- 감각이 떨어진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경기를 안 뛴 선수들은 1시간이 지나면 컨디션이 바닥난다. 그러면 도전을 두려워 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은 연습이기 때문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연습은 아쉬움으로 끝나지만 경기는 결과로 나타난다”
- 동시에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
“모든 게 경기 감각을 올리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동시에 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훈련을 한 뒤 저녁에 또 웨이트를 테스트한다. 내일은 파워트레이닝도 할 계획이다. 우리는 내년을 보고 간다. 지금 경기를 준비하면 그런 훈련을 못 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전술을 하면 정작 대회가 열리는 내년에 문제가 생긴다. 컨디션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 훈련은 의미가 없다. 뛸 수 있는 몸이 돼야 가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 선수 개개인에게 과제를 준다고 들었다
“드롭박스를 통해 과제를 주고 이를 모니터링 한다. 그리고 보완할 점을 피드백 해준다. 연속성을 가지고 위해서다. 선수들이 팀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훈련해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경기에 출전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하나는 가지고 와야 한다. 컨디션을 유지해야 감각을 올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두 가지가 안되어 있으면 힘들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맞는 과제를 다시 내줄 계획이다”
- 소속팀 감독들과의 이해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소속팀 감독님들께 감사한 부분이다. 선수들에게도 과제를 내줄 때 팀 스케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하라고 말한다. 우리도 범위 안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이번에 소집되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과제를 내주나
“전체 55명을 관리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까 개별 전화를 할 생각이다. 소집이 안 된 선수들은 실망해서 과제를 안할 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에겐 개인적으로 전화를 해서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55명이 다 같이 갈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는 예외다. 그쪽은 바르셀로나 프로그램에 맡긴다. 외국인 지도자들의 경우 오해할 소지가 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지도자들은 경기에 못 뛰는 것에 공감하지만 외국은 다르다”
- 시간과의 싸움 같다
“그렇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게 (손에 쥔) 이 파일 안에 다 들어가 있다. 훈련이 진행되고 경기를 한 뒤에 비디오를 보고 장단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번 수원JS컵도 마찬가지다. 대회가 끝나고 문제점이 뭔지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파일을 만든다. 벌써 6권이 쌓였다. 이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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