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이틀이 없으면 상대가 쉽게 생각한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 부임 후 타이틀 홀더를 많이 배출했다. 지금은 넥센을 떠났거나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 중 타이틀 홀더 출신이 적지 않다. 박병호(홈런), 유한준(최다안타), 한현희(홀드), 손승락(세이브)이 대표적이다.
염 감독은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개인 타이틀을 따도록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팀 승리와 성적 못지 않게 개인 타이틀 획득 여부를 중시한다.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국 개개인의 경쟁력이 좋은 선수가 많을수록 팀이 강해진다고 믿는다.
▲이보근과 김세현
올 시즌을 앞두고 한현희와 조상우가 수술 및 재활로 시즌 아웃됐다. 본래 염 감독은 조상우를 선발로 전환시키려고 했다. 어떻게든 불펜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 염 감독의 대안은 이보근과 김세현이다.
두 사람은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다. 이보근은 17경기서 평균자책점은 4.70으로 높다. 그러나 2승1패8홀드다. 정재훈(두산)과 함께 홀드 부문 공동선두. 김세현도 14경기서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2.51로 좋다. 임창민(NC), 박희수(SK)와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선두.
이보근과 김세현은 지난 몇 년간 그저 그런 투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인셋업맨과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두 사람은 8일 고척 KIA전서 ⅔이닝 3실점, ⅓이닝 1실점으로 나란히 좋지 않았다. 김세현의 경우 이미 블론세이브 2개를 기록 중이다.
▲홀드왕과 세이브왕
분명한 건 염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과 철저한 관리 속에 불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염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지난 7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아직 야구 할 날이 많다. 올해 못하면 내년에 더 잘하면 된다"라고 격려했다. 실제 이보근은 만 30세, 김세현은 29세다.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래도 몸 관리를 잘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쌓으면 수년간 맹활약하며 넥센 마운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필승계투조를 경험하고 있다.
염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시즌 전부터 보근이를 홀드왕, 세현이를 세이브왕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두 사람이 올 시즌에 홀드왕과 세이브왕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애당초 이보근과 김세현의 타이틀 획득을 염두에 뒀다. 두 사람은 아직 야구를 하면서 굵직한 개인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염 감독은 "일단 한 번만 따내면 다음 시즌에는 확실히 좋아진다"라고 했다.
또 하나. 상대의 시선과 느낌이다. 염 감독은 "상대가 어떻게 의식하느냐가 중요하다. 타이틀이 없는 선수라면 상대가 쉽게 생각할 수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염 감독은 "손승락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상대 입장에서 승락이가 등판할 때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세이브 타이틀을 따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박빙승부 때 한현희를 등판시키고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상대는 현희를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상대 팀 시선에서 자신의 팀과 선수를 쉽게 생각하는 것과 까다롭게 생각하는 것이 의외로 경기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염 감독 설명이다. 멘탈과 야구의 밀접한 관계를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이보근이 홀드왕, 김세현이 세이브왕을 차지한다면 넥센이 내년에 상대 입장에서 훨씬 까다로운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는다. 리빌딩의 이상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염경엽 감독(위), 이보근(가운데), 김세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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