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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개그맨 이상훈이 어버이연합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앞서 어버이연합을 풍자한 영상을 SNS에 올린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도 같은 단체로부터 피소됐다. 어버이연합의 화살이 엉뚱하게도 연예계로 향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1대1' 코너 속 이상훈의 대사를 문제삼았다. 이상훈이 명예를 훼손한 것은 물론, 회원들이 그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이유였다.
이상훈은 당시 방송에서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유민상의 물음에 원래 답은 '가상계좌'였지만 "어버이연합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버이연합은 가만히 있어도 계좌로 돈을 받는다. 전경련에서 받고도 입을 다물고, 전경련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네티즌들은 이상훈의 용기 있는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시원한 돌직구를 날려준 풍자 개그에 대중은 열광했다. 어버이연합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상훈의 개그는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어버이연합이 이상훈을 고소했다. 아무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개그콘서트'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섣부른 입장 발표로 자칫 논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개그맨 최효종이 강용석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집단모욕죄로 고소당한 바 있다. 최효종은 당시 '사마귀 유치원' 코너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하면 된다"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지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최효종의 피소로 뿔난 것은 시청자들 뿐이 아니었다. 동료 개그맨들은 강용석 전 의원의 고소에 풍자 개그로 맞섰다. 코너를 불문하고, 강용석 의원의 고소를 연상시키는 발언들이 줄지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범균은 "고소해서 고소하다 하는데 무슨 문제 있나. 그럼 나도 고소하겠구나"라고 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을 풍자하던 중 "이렇게 하면 고소된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하며 강 전 의원의 과거 문제가 된 성희롱 발언을 언급했다.
또 '감사합니다' 코너에서는 "'달인' 끝나 시청률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국회의원이 도와주네, 감사합니다. 10주 연속 예능 1위 감사합니다"라고, '불편한 진실' 코너의 황현희는 "올 연말 연예대상은 누가 받게 될까요? 유재석? 이경규? 전 올 한 해 최고의 웃음을 안겨주신 마포에 있는 한 국회의원에게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그맨들의 풍자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잘못된 세태를 꼬집는 풍자 개그가 부족한 걸 지적하는 게 건강한 사회다. 이번 어버이연합의 고소 역시 그런 점에서 깊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과연 이번에도 개그맨들이 자신들의 주무기인 개그로 이번 사태에 맞설지 자못 궁금해진다.
[사진 = KBS 2TV '개그콘서트'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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