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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 같아요" (웃음)
'김광현'(SK 와이번스)하면 떠오르는 구종은 단연 슬라이더다. 이 구종을 무기로 그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왕, 다승왕은 물론이고 베이징올림픽에서 정교한 일본 타자들의 헛스윙을 연신 이끌어냈다.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150km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130km 후반대의 슬라이더가 투구의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구종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를 본인 역시 알고 있었다. 김광현은 프로 초창기부터 제 3의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노력을 이어갔고 이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 시범경기 때 슬라이더 봉인했던 김광현, 이제는 엄연한 '포피치' 투수
김광현은 지난해부터 커브 비중을 서서히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또 한 가지 구종을 추가했다. 서클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김광현은 이 구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범경기 첫 2경기에서는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물론 커브와 체인지업이 슬라이더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 타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는 있다. 상대 타자들이 생각할 구종이 늘어난다는 것은 김광현이 타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클 체인지업 선택은 단순한 구색용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스플리터를 종종 던졌다. 이 스플리터의 구속은 130km 중후반대. 이는 슬라이더와 비슷한 구속이다. 때문에 스플리터가 밋밋하게 들어올 경우 슬라이더를 노리던 타자들에게 걸려들기도 했다.
이제는 다르다. 140km 중반부터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 130km 중후반대 슬라이더, 120km 중후반대 체인지업, 110km대 중후반 커브까지. 구종별로 구속도 판이하게 달라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그만큼 수월해졌다.
현재까지 '포피치'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광현은 12일 두산전에서도 4가지 구종을 고르게 던졌다. 패스트볼 44개, 슬라이더 36개 등 주무기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체인지업 20개, 커브 12개 등 다른 2가지 구종도 적지 않은 비율이었다.
삼진 역시 한 두 가지 구종으로 편식하지 않는다. 12일 두산전에서 삼진 5개를 솎아낸 가운데 그 중 삼진을 가장 많이 잡아낸 구종은 역시 주무기인 슬라이더다. 5개 중 3개가 슬라이더였다.
그리고 다른 2개는 패스트볼이 아니다. 민병헌을 상대로 한 차례는 커브를 이용해, 다른 한 번은 체인지업을 활용해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4-2로 근소하게 앞선 7회초 2사 2루 풀카운트 상황에서 체인지업으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중요한 순간, 풀카운트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질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 "아직 위험한 공 많이 들어가… 실전에서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발전"
그렇다면 '포피치 투수' 김광현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제 '포피치'가 제 궤도에 접어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위험한 공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렇지만 현재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그래도 실전에서 체인지업을 이렇게 던진다는 것과 스트라이크로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김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도 수준급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갔고 4가지 구종을 언제든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본인이 말하듯 아직까지 '완성된 포피치 투수'가 아니기에 더욱 궁금해지는 김광현의 미래다.
[SK 김광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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