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프랑스 칸 곽명동 기자]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 올해 ‘아가씨’로 칸 경쟁에 올랐다. 세 작품은 각각 일본만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래캥’,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그는 ‘올드보이’에 근친상간을, ‘박쥐’에 뱀파이어가 된 신부를 모티브로 끌어들였다. 14일(현지시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핑거 스미스’를 통해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는지 질문을 던졌다.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 하녀가 귀족 아가씨를 속이러 갔다가 그녀에게 반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더군요. 그러니까 자기를 속여야하는 임무를 수행하는거죠. 속이면 속일수록 미안해지는 거예요. 자기 일과 감정 사이에 모순이 발생합니다.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딜레마가 계속 이어지죠. 딜레마가 이중으로 거울처럼 마주보게 하는 구성을 통해 죄의식과 사랑이 계속해서 서로를 반영하는 거죠. 무한증식하게 됩니다. 각색을 하면서 원작의 젠틀먼과 삼촌의 역할을 대폭 키웠어요. 서로간에 콘트라스트를 주기 위해서죠. 다채로운 팔레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근래 들어올수록 여성 캐릭터와 로맨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선 “위대한 사람에게서는 여성의 섬세함이 발견된다는 글을 읽었다”며 농담으로 화답했다.
“칸에 오는 길에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인용됐더군요. 물론, 농담입니다. 제가 딸을 키우고 있고, 제 아내에게서 여성성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남자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여성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도 설명했다. 일본이 너무 좋아서 친일파가 된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의 내면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인을 억압하고 착취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런 사람이 더 불쌍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일본인 아가씨(김민희)와 식민지 조선인 하녀(김태리)를 통해 “계급과 국적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69회 칸 경쟁 진출작으로, 오는 22일(현지시간) 수상결과가 발표된다.
[사진 제공 =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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