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노경은의 은퇴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노경은의 은퇴선언과 임의탈퇴 요청 및 번복사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문제점이 발견됐다. 교훈을 삼아야 할 부분도 있다. 향후 전망도 짚어봐야 한다.
▲사태일지
노경은은 2003년 입단 후 줄곧 눈에 띄지 않았다. 이후 2012년 12승, 2013년 10승을 따내며 선발진 주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 다시 부진했다. 선발과 불펜, 마무리로 등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2015년 스프링캠프 당시 턱 관절 부상, 아픈 개인사까지 겹쳐 시련을 겪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노경은을 5선발로 기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허준혁과 경쟁을 붙였다. 하지만, 사실상 노경은에게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그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노경은은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4월 22일 노경은을 1군에서 말소했다. 권명철 투수코치는 노경은에게 "불펜으로 이동할 예정이니 2군에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노경은은 4월 23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 혹은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서운함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용 방식(들쭉날쭉한 로테이션 간격, 선발 등판 횟수 등)에 대해 아쉬워했을 수 있다. 두산은 은퇴의사를 밝힌 노경은에게 대안으로 트레이드를 제시했다. 실제 노경은의 동의 속에 약 1~2주간 몇몇 팀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경은은 은퇴에 대한 뜻이 더욱 확고해졌다. 두산은 5월 10일 임의탈퇴 동의서에 노경은의 사인을 받아 KBO에 접수했다. 그리고 그날 인천 SK전 직전 공식적으로 해당 사실을 밝혔다.
임의탈퇴는 구단의 접수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KBO는 임의탈퇴를 공식적으로 발효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수 본인에게 확인 절차를 거친다. 노경은에게도 연락했다. 그러나 노경은이 KBO에 돌연 "임의탈퇴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KBO는 노경은과 두산에 다시 입장정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노경은은 13일 오전 두산 구단 사무실에 찾아가 공식적으로 임의탈퇴 철회를 요청했다. 두산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14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공식 발표했다. KBO도 두산의 요청을 받아들일 전망. 이로써 노경은의 은퇴 및 임의탈퇴 파동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아쉬운 대처
일단 노경은은 프로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산은 그에게 수년간 충분히 기회를 줬다.그러나 노경은은 그 기회를 확실히 살리지 못했다. 물론 그럼에도 노경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쓰임새에 대해 아쉬워할 수는 있다.
그런데 표현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한 야구관계자는 "애당초 2군에서 운동을 하면서 트레이드를 알아봐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러나 노경은은 2군행 지시를 받자마자 구단에 갑작스럽게 은퇴의사를 전했다. 구단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인 뒤에도 2군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종의 항명. 심지어 현역은퇴가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뒤 KBO의 임의탈퇴 확인 연락에 생각을 바꿔 구단과 KBO, 야구 팬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애당초 2군행 지시를 받은 노경은이 좀 더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은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유야 어찌됐든 두산도 선수 관리에 아쉬움을 남겼다. 사태를 원만하게 풀어보려고 노력한 건 분명하다. 트레이드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카드가 맞지 않는 트레이드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선수의 돌출행동을 끝내 제어하지는 못했다. 두산은 KBO와 임의탈퇴 철회사태를 마무리한 뒤 노경은을 최대한 빨리 2군에 불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당장 트레이드 재시도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의 맹점
임의탈퇴 규정에도 맹점이 발견됐다. KBO가 선수에게 임의탈퇴 발효 직전 최종적으로 선수에게 의사를 확인하는 건 이번 사태를 통해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알려졌다. 임의탈퇴가 발효되면 최소 1년간 선수로 뛸 수 없다. KBO로선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최종 확인절차를 거쳤던 것이다.
그런데 노경은 사태를 통해 이 제도가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KBO로선 공식적으로 임의탈퇴가 발효되지 않았으니 두산의 노경은 임의탈퇴 철회 요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수 입장에선 은퇴 선언과 임의탈퇴 요구 및 번복을 통해 구단과의 불편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알려 향후 트레이드 성사 혹은 유리한 팀내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야구관계자는 "KBO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임의탈퇴 규정을 손질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구단의 임의탈퇴 요구와 동시에 임의탈퇴 효력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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