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프랑스 칸 곽명동 기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후견인 역을 맡은 조진웅이 처음에 출연 제안을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다른 배우가 어울릴 것 같아 박찬욱 감독님께 그 배우를 추천했는데, ‘당신과 하고 싶다. 그냥 나랑 하자’는 말을 듣고 출연했다”고 말했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지금도 제작중인 어떤 작품에 다른 선배 배우를 추천해줬어요. 그 영화 또는 드라마가 잘 되면 샘이 날 수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일단 출연하면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가씨’에서도 후견인이 최고라고 자부한다. 변태적인 기질이 있는 캐릭터가 왜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법 하지만, 그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박찬욱 감독님을 믿고 신나게 까불었죠. 제가 연기한 것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 쓰시니까요. 저는 후견인을 적극적인 인물로 여겼어요. 제 나름대로 합리화하는거죠. 돈 많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잖아요.”
그는 자신이 구축한 캐릭터에 애정을 쏟았다. 극중 하녀 숙희(김태리)가 자신의 물건들을 훼손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그만큼 후견인 역에 몰입했다.
“‘시그널’도 처음에 거절했어요. 과거와 무전으로 교신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뭐가 재미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읽지도 않았고, 어떤 캐릭터를 제안했는지도 관심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들춰낸다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감독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더라고요. 못하겠다고 얘기했어요. 감독님이 진심을 갖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1시간 정도 이야기하다가 출연을 결정했어요. 대신, 단서를 달았죠.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하자고요.”
그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대본을 읽을 때도 야구중계를 보면서 읽는다. 화장실을 갈 때도 늘상 끼고 다닌다. 그렇게 자신만의 리듬을 갖고 캐릭터에 접근한다.
“칸이 진심으로 초청해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해 69회째인데, 너무 부럽더라고요. 부산국제영화제는 21회잖아요. 이제 독립할 때가 됐죠. 부산국제영화제도 칸처럼 세계적 영화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한편‘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