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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프랑스 칸 곽명동 기자]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사기꾼 백작 역을 맡은 하정우가 축구에 빗대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김민희와 김태리가 최전방 공격수라면, 나는 미드필더”라고 설명했다. 후견인 역의 조진웅에 대해선 “후방에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하는 리베로”라고 답했다.
“‘암살’ 고사 지내는 날 출연 제의를 받고, 2달 후에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반전의 스토리가 매력적이더라고요. 백작 캐릭터는 거친 맛이 있었어요. 바닥까지 내려가는거죠.”
그는 ‘아가씨’ 첫 촬영에 돌입하기 전에 5개월간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참여했다. 마치 독립영화를 찍 듯,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물론, 술과 함께.
“일주일에 일본어 수업을 4번이나 받았어요. 일본어 대사 밑에 한국어 음을 달았더니, 실감이 안나더라고요. 제가 직접 일본어를 읽고 완벽하게 발음할 때까지 연습했죠.”
그는 박찬욱 영화의 베스트3를 ‘올드보이’ ‘박쥐’ ‘친절한 금자씨’로 꼽았다. 현실과 판타지, 하이퍼 리얼리즘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줄타기가 인상적이었다. 동화 같기도 하면서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에 매료됐다.
“정성이 느껴져요. 수제 구두를 만드는 사람처럼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정우는 ‘롤러 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세 번째 감독 연출작을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완성했다. 해외 코리아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라고 귀띔했다.
10년전 윤종빈 감독과 외국항공의 저렴한 이코노미 티켓을 끊고 칸에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니스에 숙소를 잡아 기차를 타고 칸에 와서 호기롭게 돌아다니던 추억에 잠겼다. 당시 윤종빈 감독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도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며 “형은 로버트 드니로 나는 마틴 스콜세이지처럼 유명한 영화인이 되자”고 다짐했다.
“칸에 와서 해변가를 돌아봤어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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