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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국회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비록 총선은 끝났지만, 입후보한다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 아닐까. 매주 약 3분여의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청량감과 통쾌함, 그리고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이상훈을 진짜 국회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상훈은 KBS 2TV '개그콘서트'의 '1대1' 코너에 지난 3월 13일부터 합류해 매주 속 시원한 풍자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퀴즈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1대1'에서 이상훈은 원래의 답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답변을 내놓지만, 문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모두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하나를 가르면 둘로 분열되는 것은?"에는 "야당"이라고 하거나 "날로 먹는 회=국회"라는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또 "막회가 막장 국회의 줄임말"이라며 "국회가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드라마는 툭하면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데, 국회는 툭하면 기억 안 난다고 한다"고 꼬집기도 한다.
또 "고춧가루를 뿌려서 만드는 것을 무엇이라고 할까요"라는 물음에 "공천"이라고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고, "목소리와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는 예민한 시기"를 묻자 "선거 운동기간"이라며 정치인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상훈의 사이다같은 풍자 개그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관련 게시판에도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상훈의 거침없는 풍자 행보는 그러나 한 시민단체의 고소로 제동이 걸릴 뻔 했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 꼴이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12일 이상훈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지난 8일 방송분에서 "계좌로 돈을 받기 쉬운 것을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물음에 "어버이연합"이라고 답한 장면을 문제 삼았다.
풍자가 재밌는 건 공감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상훈의 개그가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건, 누구나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공개적으로 표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보란듯이 돌직구를 날리는 이상훈의 용기에 대중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이쯤되니 이상훈을 진짜 국회로 보내고 싶어졌다. '기호 0번'에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상훈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 현안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풍자같은 시원한 정치를 보여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에 그런 속 시원한 인물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있기나 한 건가라는 생각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씁쓸해진다.
[사진 = KBS 2TV '개그콘서트-1대1'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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