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에게 메소드 연기는 희열을 주기도 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극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하다보면 그 안에서 오는 기쁨도 있지만 아픔과 상처도 어마어마 하다.
그래서 김동완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무서웠다. 세기를 앞선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리며 그에게 흠뻑 빠져드는 것이 두려웠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암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광기, 환희, 열정, 고뇌 등 심리적 변화와 갈등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김동완은 “처음에 우울증 걸리는 게 무서워 망설여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 마약에 손을 대는 캐릭터라 마약은 안 할 거지만 분명히 술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았다”고 입을 열었다.
“너무 망설여졌어요. 어찌 됐건 출연하게 됐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그렇게 될까봐 주의 하고 있는 중이죠. 사실 작품에 몰입해서 동기화 되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더라고요. 시작하면 좀 무서울 정도로 그렇게 되죠. 자기 최면을 좀 걸기 시작하고, 이번에도 조금씩 포가 되어가고 있어요. 작품도 안했는데 생활만 그렇게 되고 있으니 참..(웃음)”
예술가라는 직업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이 더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넘버 중 ‘관객석 그 어딘가’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와 닿는다.
김동완은 “무대 위에서 초라함도 느끼고 ‘내가 무대를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강하게 느낄 때가 있다”며 “‘관객석 그 어딘가’를 부를 때 내 인생이 떠올라 자꾸 울컥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최대한 내 인생을 배제하고 시인 포로서 생각을 하려고 해요. 떠난 연인을 생각하며 노래하려고 하죠. 넘버 ‘날 비추네’ 중에 ‘당신이 날 살게해’라는 가사가 있는데 포가 부러운 지점이에요. 부러워하는 예술가 중 하나죠. 예술가, 연예인들을 보면 사랑이 균형을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랑이 없어야, 싱글이어야 일을 더 잘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거든요. 근데 포를 보면 자기의 사랑, 아내에게 영향을 받던 사람이라 항상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이 밝지만은 않았기에 다소 어두운 작품에 대한 주위 우려도 있다. 이는 배우들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 김동완 역시 “주위에서 만류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에드거 앨런 포’는 사실 그런 부분들이 조화롭지는 못하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어둡다”면서도 “그러나 일단은 재밌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요소가 있다. 음악이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이에요. 드라마적인 부분이 무겁긴 하지만 음악 때문에 처지지 않고 몰입하기 어렵지 않죠. 들키기 싫은 모습들을 어떻게 더 끌어낼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뮤지컬을 보는 분들은 너무 어둡다고 해서 그걸 싫어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오히려 색깔이 정확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색깔이 정확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김동완의 기존 이미지도 깨질 전망이다. 아이돌 그룹 신화, TV 및 영화를 통해 보여줬던 이미지가 아닌 뮤지컬배우 김동완으로 관객들을 마주하게 된 것.
“반듯한 인상이기 때문에 좋은 것도 있어요. 사실 전 반듯하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이 반듯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때 얼마나 노력해서 연기했을까 생각하지 않을까요?(웃음)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쳐서 이쯤 사고 한 번 쳐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많이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잘못된 거라는 생각으로 그러지 않았죠.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이번에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하면서 폭력적이고 괴팍한 부분 등 좀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동완은 뮤지컬 ‘헤드윅’, ‘벽을 뚫는 남자’에 이어 세 번째로 뮤지컬에 도전하게 됐다. 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로 사랑 받고 있는 김동완이지만 뮤지컬 무대는 그에게 어렵고, 무서운 곳이다.
“뮤지컬은 제게 철인3종경기 급의 장르였어요. 너무 대단해 보였고 아름다워 보였죠. 사실 이번에 ‘에드거 앨런 포’ 한다고 했을 때 욕 먹을까봐 걱정도 했고 각오도 했는데 아직 무대를 안해서 그런지 우려의 목소리를 못 들어서 더 우려가 돼요. 고통도 즐기는 스타일이라 이겨낼 거긴 한데 지금은 조금 걱정하고 있는 상태에요. 관객들이 더 엄격해지고 있잖아요. 아이돌 팬덤 만큼 뮤지컬 팬덤도 강하고 작품 자체의 팬들도 많고요. 쉽게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항상 ‘하면 된다’는 정신이 있는데 ‘안 될 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공연시간 150분. 오는 26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문의 1577-3363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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