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벌금, 200이닝, 오재원.
헥터 노에시는 KIA가 170만달러를 투자하고 영입한 거물급 외국인투수다. 메이저리그 107경기서 12승31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헥터의 KBO리그 적응은 순조롭다. 8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21로 좋다. 퀄리티스타트를 6차례 성공했다. 그 중 5경기는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특급 퀄리티스타트. 심지어 14일 광주 한화전서는 9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역대 KIA 외국인투수 최초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헥터에게 가장 놀라운 부분은 강속구 투수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한 범타유도 피칭과 완급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한다는 점이다. 경기 초반에는 스피드로 타자들을 윽박지른다. 이후 어느 순간 제구력과 완급조절을 앞세운 지능적인 피칭으로 타자들을 현혹시킨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KBO리그에서 뛴 강속구 외국인 투수는 스피드에 대한 의존도, 자부심이 높았다. 그러나 헥터는 코칭스태프의 조언 속 패스트볼 스피드를 의도적으로 조금 줄이고 변화구와 제구력을 앞세워 KBO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영리한 투수라는 호평이 쏟아진다.
▲벌금
헥터는 한화전 무사사구 완봉승 당시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53km였다. 그러나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던 3일 광주 롯데전서는 148km에 그쳤다. 의도적으로 스피드를 조절한다는 의미. 그만큼 완급조절능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헥터의 사사구다. 몸에 맞는 볼은 아직 단 1개도 없다. 볼넷도 단 16개다. 그는 무사사구 완봉승 직후 "볼넷을 의식하면서 던졌다"라고 했다. 실제 9회초 2사 윌린 로사리오에게 볼카운트 3B로 몰렸으나 범타 처리하면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완성했다. 헥터는 "차라리 홈런을 맞자는 생각으로 한 가운데로 던졌다"라고 털어놨다.
사사구 최소화는 모든 투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KIA는 헥터에게 한 가지 안전장치를 해뒀다. 그는 "볼넷 1개를 기록할 때마다 코치(이대진 투수코치)에게 벌금 2만원을 내기로 했다"라고 털어놨다. 8일 광주 넥센전(6이닝 1실점-3볼넷)에 이어 벌금이 걸린 두 번째 경기였다. 넥센전 당시 벌금을 냈던 헥터는 한화전서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더욱 제구력에 집중했다. 그는 "빠른 볼은 중요하지 않다. 삼진보다는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칠 수 있게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패스트볼뿐 아니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유인하는 능력이 좋다.
▲200이닝
그는 공공연히 "200이닝을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사사구 최소화의 최대 이점은 투구수를 줄여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점. 실제 헥터는 무사사구 완봉승 당시 단 112개의 공만 던졌다. 이닝당 12.4개의 공만 던졌다는 뜻. 덕분에 경기 막판까지 좋은 구위를 유지했다.
헥터는 "200이닝을 던지고 싶은 욕심은 변함 없다"라고 했다. 53⅓이닝으로 55⅔이닝의 팀 동료 양현종에 이어 최다이닝 2위를 달린다. 이 페이스라면 200이닝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 200이닝 투수는 조쉬 린드블럼(롯데, 210이닝), 에릭 해커(NC, 204이닝)였다. 두 사람은 올 시즌에도 KBO리그에서 뛰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이닝이터는 장수했다. KIA로선 헥터가 그들의 뒤를 밟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선발진 후미와 불펜이 약한 마운드 사정상 헥터의 많은 이닝 소화는 고무적이다.
▲오재원
헥터가 본 까다로운 KBO리그 타자는 누구일까. "두산 2루수"라는 말이 돌아왔다. 오재원이다. 헥터는 "모든 구종을 다 받아치는 것 같다. 파울 커트 능력도 좋다. 투수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타자"라고 했다. 실제 오재원은 끈질긴 파울 커트능력에 정교함과 장타력까지 갖춘 국내 최고의 2루수 요원이다.
헥터는 3월 19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전서 선발 등판, 3⅔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사사구 5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2회 오재원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4회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1B2S서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후 최주환, 박세혁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무너졌다. 비록 KBO리그에 적응하는 시범경기였지만, 헥터에게 오재원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경제적인 피칭으로 투구수를 줄여 많은 이닝을 던지려고 하는 헥터로선 끈질긴 오재원이 당연히 까다롭다.
헥터와 오재원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은 언제일까. KIA는 17일부터 잠실에서 두산과 원정 3연전을 갖는다. 정황상 19일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14일 광주 한화전 112구 완투완봉승을 감안하면 20일 광주 SK전 등판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 시점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 성사시기는 점칠 수 없다.
[헥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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