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박지성 "만족 못한 경기, 댓글보면 안된다"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안정환과 박지성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대비하는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전했다.

박지성과 안정환은 18일 오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했다. 한국은 내년 5월 열리는 FIFA U-20 월드컵 개최국이다. FIFA U-20 월드컵은 수원 전주 제주 등 6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FIFA U-20 월드컵 홍보대사로 위촉된 안정환과 박지성은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유소년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승우와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에 대해 박지성은 "우리나라 축구를 보더라도 어린 나이에 이승우와 백승호 정도의 관심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이동국도 그랬고 이천수도 그랬다. 그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것"이라며 "어린시기에 그런 주목을 받는 것과 컨트롤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만 주변의 조언과 함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숙명을 잘 이겨내고 나간다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대표팀이 1년 내내 소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개인의 실력이 있고 그 선수의 재능이 있기 때문에 부각시키기 위해 언론에서 노출해 주는 것이다. 구단에서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축구를 즐기는 것처럼 언론도 즐겨야 한다. 언론은 좋게 보도할 수도 있고 나쁘게 보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어리기 때문에 댓글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심리적으로 동요될 수 있다. 노출되더라도 기사는 읽어도 댓글은 보지 말았으면 한다"며 "언론을 크게 신경쓰기보단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댓글만 안보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정환의 계속되는 추궁에 자신도 현역시절 자신의 기사와 댓글을 봤다는 박지성은 "댓글을 안보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댓글에 동요를 하고 안하고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신념에 달려있다. 나쁜 댓글을 보고 동화되기도 하지만 무시할 수도 있다. 동화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자기가 스스로 만족한 플레이를 했을때는 댓글을 봐도 된다. 하지만 자기가 만족하지 못한 플레이를 했을 때는 기사도 댓글도 보면 안된다"며 웃음을 안겼다.

박지성과 안정환은 국내에서 열리는 FIFA 주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후배들이 두번 다시 얻기 힘든 소중한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던 안정환은 "축구선수로 월드컵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대회를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축구를 하는 사람은 정말 많고 평생의 큰 행운이다. 국제대회도 많지만 가장 큰 대회다. 이만큼 큰행운은 살면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부담감도 있지만 경기를 즐기면 자기가 가진 것을 경기장에서 모두 쏟아낼 수 있다. 경쟁을 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다. 경직되고 긴장감으로 인해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보단 경기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두 선수는 청소년시기에 큰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안정환은 "부상 부위는 치료할 수 있지만 머리와 가슴은 치료가 안된다. 부상당했을 때 마음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상을 당한 후 복귀했을 때 스피드와 기술이 그대로 나타날지 부담되기도 한다"며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절대 이기지 못한다. 심리치료를 잘해야 한다. 주위에서 잘 도와줘야 한다. 나는 가족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어렸을 때는 회복이 다 되지 않아도 경기에 뛰고 싶었다.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었고 내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선수 생명을 단축시킨다. 어렸을 때 당한 부상은 완벽히 회복하는 것이 축구 선수를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이 된다. 빨리 복귀하는 것 보단 괜찮다는 심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지성과 안정환은 현역시절 서로의 활약에 대해 느낀점도 전했다. 안정환은 "나는 왠만해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면서도 "운동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박지성이다. 맨체스터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후배들이 박지성 처럼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존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정환이형은) 우리 나라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우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술이 있었다. 유럽의 훌륭한 선수들의 기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한국 선수도 기술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테크닉에 있어서도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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