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두산으로선 전화위복이었다.
두산과 KIA의 19일 맞대결은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양현종(KIA)이 맞대결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투수와, 올 시즌 최고의 토종 에이스의 맞대결이니 박빙의 투수전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 두산으로부터 긴급 선발투수 교체 소식이 날아들었다. 니퍼트가 자신의 차량으로 잠실구장에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신호대기 중에 니퍼트 뒤의 차량이 니퍼트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경미한 접촉이었지만, 니퍼트는 허리에 약간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두산은 부랴부랴 선발투수를 진야곱으로 교체했다.
결국 이날 승부는 KIA에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양현종 대 진야곱은 아무래도 양현종으로 무게가 기우는 게 사실이기 때문. 진야곱은 선발과 구원을 오간 왼손 스윙맨 자원이지만, 두산 마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투수는 아니다.
경기가 시작하자 KIA 타선이 1~3회 진야곱을 상대로 연이어 1점씩 뽑아내며 3-0 리드를 잡았다. 양현종은 13일 광주 한화전 첫 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양현종은 1회 오재일부터 4회 민병헌까지 9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다. 그렇게 승부는 싱겁게 끝날 듯했다.
아니었다. 두산 타선이 4회 1사 후 각성했다. 오재일이 우중간 2루타를 만들어내더니 양의지, 닉 에반스도 연이어 우월 2루타를 때려 2점을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KIA 우익수 오준혁의 약간 어설픈 수비가 섞였지만, 어쨌든 양현종을 상대로 두산 타선의 응집력일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두산타선은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환이 양현종의 악송구를 틈타 살아나갔고, 허경민의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5회에는 에반스가 잠실구장 외야관중석 위의 광고판을 때리는 대형 좌월 투런포를 날려 양현종을 강판시켰다. 양현종이 올 시즌 5회를 마치지 못하고 강판한 건 처음이다. 7실점 역시 자신의 올 시즌 최다실점.
그 사이 마운드에서 힘을 냈다. 4회 마운드에 올라온 홍영현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2014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3년만에 1군 첫 승을 따냈다. 이현호, 윤명준, 오현택, 강동연도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어렵게 잡은 리드를 다시 빼앗기지 않았다.
결국 두산으로선 니퍼트를 갑작스럽게 쓰지 못해 위기에 몰렸으나 전화위복,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그것도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한 결과라서 더욱 의미 있었다. 두산은 6연승을 내달리며 선두독주를 공고히 했다.
두산으로선 기분 좋은 소식이 또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니퍼트의 부상은 아주 경미하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니퍼트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이날 경기를 덕아웃에서 정상적으로 지켜봤다. 두산 관계자는 "니퍼트에게 먼저 부산(20~22일 롯데 3연전)에 내려가라고 했지만, 경기를 지켜보고 내려가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황상 니퍼트는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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