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한화가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지만, 끝내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투수진 운영에 아쉬움이 남았던 반면, 희망도 엿볼 수 있는 일전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한 쪽은 한화였다. 한화는 2,527일 만에 깜짝 선발 등판한 윤규진이 5회초까지 6탈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했고, 1회말 3득점한 기세를 이어가 줄곧 리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경기에 앞서 윤규진를 선발로 기용한 것에 대해 “3~4이닝 던지며 자기 페이스를 찾길 바란다”라고 말한 터였다. 예정된 이닝을 초과했지만, 컨디션이 예상보다 좋아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결국 윤규진은 4-0으로 앞선 채 맞이한 6회초 선두타자 박경수에게 안타를 내줬고, 앤디 마르테에겐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윤규진은 위기 상황서 이진영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결과론이다. 한화는 무사 1, 2루서 윤규진을 내리고 박정진을 2번째 투수로 등판시켰지만, 이는 뒤늦은 교체가 됐다. 박정진은 곧바로 김상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뒤이어 등판한 송창식마저 윤규진이 남겨둔 주자에게 득점을 내줬다. 그간 퀵후크가 문제점으로 대두됐지만, 이날은 줄곧 중간계투 임무를 맡았던 윤규진을 너무 길게 끌고 갔던 게 흠이었다.
6회초에 앞서 투수를 교체했다면, 한화는 2경기 연속 토종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무실점하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한화에서 최근 이 기록이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5월 20일이다. 당시 한화는 김혁민이 5월 19일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⅓이닝 무실점, 한화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튿날에는 류현진이 KIA 타이거즈와의 군산경기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한화의 5-0 승리를 주도했다.
한화는 4-7로 뒤진 8회말 나온 정근우의 스리런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결국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 않아 올 시즌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만, 윤규진의 호투는 주목할 만하다. 윤규진은 6회초 1실점한데다 중간계투가 자신이 남겨둔 주자 모두에게 득점을 허용, 5이닝 3실점을 남겼다. 하지만 5회초까지는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덕분에 한화는 선발 로테이션이 재편될 여지는 남겨두게 됐다.
한화는 외국인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8경기에서 2승 2패 평균 자책점 9.00으로 부진에 빠져 2군에 머물고 있다. 한화 스카우터는 대체자원을 찾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한동안 정상적인 선발투수 로테이션은 힘들어진 셈.
이 와중에 남아있는 자원들이 선발투수로 제몫을 한 건 그나마 희망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앞서 2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승리를 따냈다. 지난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등판한 에스밀 로저스는 타선의 지원을 받아 7이닝 5실점하고도 승리투수가 됐지만, 지난 20일 송은범은 kt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마에스트리의 부진은 아쉽지만, 한화는 최근 이태양과 로저스가 돌아온 가운데 안영명도 복귀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 윤규진은 선발투수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과 아직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관리가 수반된다면 윤규진이 새로운 선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윤규진의 호투.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윤규진.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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