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지금은 던지는 게 중요하지 않다."
좌완 함덕주는 2015년 두산이 발굴한 불펜 히트상품이었다. 지난해 68경기(61⅔이닝)에 등판, 7승2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65로 맹활약했다. 왼손타자 원 포인트 릴리프는 기본이었다. 1~2이닝을 버티는 왼손 셋업맨으로도 활용됐다.
구속은 빠르지 않다. 그러나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실전서 구사하는 구종이 다양하다. 왼손타자에겐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와 커브, 오른손타자에겐 바깥쪽으로 흐르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진다. 제구력에 기복은 있었지만, 2013년 데뷔 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즌이었다.
▲부진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함덕주가 정재훈과 함께 좌우 메인 셋업맨으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불펜의 다양성과 균형 측면에서 이상적이다. 함덕주도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시드니 스프링캠프 당시 체중 감량 중이라고 밝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역시 좀 더 예리하게 다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좋지 않다. 9경기서 평균자책점 8.44. 제구가 좋지 않아 연일 난타를 당했다. 한 차례 2군행을 겪었다. 그러나 복귀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8일 잠실 롯데전을 끝으로 1군 등판기록이 없다. 9일 1군에서 제외됐다.
▲진단
김 감독은 "덕주가 체격과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많이 던졌다. 불펜에서 몸을 풀었던 것까지 합치면 엄청났다. 올해 덕주가 던지는 걸 보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이 지난해 많이 던졌던 영향이 있다고 본 것.
사실 지난해 포스트시즌서도 부진했다. 함덕주는 시드니 스프링캠프 당시 "정규시즌 후 포스트시즌에 대비, 체력을 아끼기 위해 불펜피칭을 생략했다. 이때 투구밸런스가 흔들렸다"라고 돌아봤다. 당시에도 정규시즌에 많이 던졌던 걸 의식했다.
▲대책
김 감독은 "투수코치를 통해 2군에서 좀 쉬라고 했다. 지금은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지 않다. 올해는 회복하는 시즌으로 보면 된다"라고 털어놨다. 물론 올 시즌을 통째로 쉬는 건 아니다. 잠정휴식이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김 감독의 휴식 지시는 쉬면서 지친 몸을 달래고, 서서히 실전서 던질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하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벌어놓은 승수가 있다. 덕주가 조금 쉬다가 8~9월에 불펜에서 보탬이 되면 된다"라고 했다. 두산은 최근 8년만에 8연승을 달성, 선두독주모드에 들어갔다. 좋지 않은 투수를 굳이 무리하게 1군 실전서 활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두산 불펜이 썩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나이가 적지 않은 정재훈과 이현승의 의존도가 높은 게 유일한 아킬레스건. 시즌 막판 두 사람을 보좌할 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함덕주는 유력한 후보다.
그는 21세 영건이다. 길게 볼 필요가 있다. 올 한해 좋지 않다고 해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여유 있는 팀 사정과 함덕주의 미래를 위한 잠정휴식이다.
[함덕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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