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박찬욱 감독의 이름은 끝내 불려지지 않았다.
22일 밤 8시(현지시간)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수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에 이어 ‘아가씨’로 세 번째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함으로써 세계적 명성을 재확인했다.
박찬욱 감독은 애초 칸 경쟁을 기대하지 않았다. 모호한 결말을 선호하는 칸 영화제 분위기와 달리, ‘아가씨’는 명쾌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 영화제 측은 ‘아가씨’를 경쟁 부문에 올렸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네임밸류가 그만큼 국제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스크린 데일리지의 평점은 2.1점으로 낮았지만,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역시 2점대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작품성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외신은 전반적으로 호평으로 화답했다.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섬세한 작품”(할리우드 리포터), “대단히 재미있는 스릴러”(가디언), “고혹적이다. 모든 작은 것 하나까지도 최대의 드라마와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해 세팅되었다”(더 랩)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토론토 영화제 카메론 베일리 집행위원장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 속 울림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라고 극찬했고, 베니스 영화제 엘레나 폴라끼 수석 프로그래머 역시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엄지를 올렸다.
무엇보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 전환점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그의 영화가 비탄과 격정의 비극적 세계관에 치우쳤다면, ‘아가씨’는 긍정과 희망의 낙관적 세계관을 다뤘다. 앞으로 그의 영화가 더 밝은 분위기로 전개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박찬욱 감독은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여성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며 좀더 섬세한 작품 세계를 구축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칸 수상은 실패했지만,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앞다퉈 구매한 점도 특기할만하다. ‘설국열차’의 167개국을 넘어 175개국에 판매된 것은 그만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진 제공 = AFP/BB NEWS,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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