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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제 누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줄 것인가. 이제 어떤 감독이 블루칼라의 방패막이 될 것인가. 이제 어떤 영화제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감독에게 대상을 수여할 것인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80)은 평생 블루칼라의 삶을 보듬어온 거장이다.
1962년 BBC에서 견습감독으로 일했던 켄 로치는 1964년 ‘젊은이의 일기’의 일부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감독직에 입문했다. 1965년부터 BBC에서 방영된 금요극장 시리즈 ‘교차로를 향해’ ‘캐쉬 집으로 돌아오다’ 등의 걸작을 만든 그는 1967년 ‘불쌍한 소’로 첫 극장용 장편영화를 만든 데 이어 1969년 요크셔의 광산촌 노동자의 삶을 그린 ‘케스’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 영국도 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영화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다시 TV로 돌아와 일하던 그는 1980년 노동자의 일상을 날카롭게 보여준 ‘사냥터지기’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후 기록영화를 찍다 1990년대 이후부터 ‘숨겨진 비망록’(1990. 칸 심사위원 특별상), ‘리프 라프’(1991년 ‘올해의 유럽영화상’), ‘레이닝스톤’(1993 칸 심사위원상) 등으로 날개를 달았다. 이후 ‘랜드 앤 프리덤’(1995) ‘칼라 송’(1996) ‘내 이름은 조’(1998) ‘빵과 장미’(2000) 등으로 눈부신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결국 2006년 자유를 향해 청춘을 바친 두 형제의 엇갈린 선택을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도 ‘엔젤스 셰어’(2012) ‘지미스 홀’(2014) 등을 만들며 식지 않은 창작열을 보여줬다.
그는 평생 노동자를 위해 사회와 싸웠고, 신자유주의에 맞섰다. 켄 로치는 2013년 4월 9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량해고, 공장폐쇄, 공동체파괴 이것이 마거릿 대처가 남긴 유산이고, 우리 사회가 엉망인 이유는 그가 시작한 정책들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장례식을 민영화해서 가장 싼 업체를 받아들이자. 그는 그것을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질환으로 고통받는 59살 장애인 노동자가 관료적 복지 시스템 때문에 재취업을 하지 못해 점차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이야기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분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그의 은퇴작이다. 라스트신은 칸 영화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그는 관객의 가슴과 영혼을 울리며 칸을 떠났다.
[사진 제공 = AFP/BB NEWS,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컷]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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