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이 많다고 베테랑은 아니다."
두산 베테랑 우완투수 정재훈은 26일 잠실 KT전서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추가했다. 최근 6경기 연속 홀드다. 시즌 14홀드로 단독선두를 질주 중이다. 그는 2010년(23홀드) 이후 6년만에 홀드왕 탈환에 도전한다.
정재훈은 올 시즌 23경기서 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1.16으로 맹활약 중이다. 메인 셋업맨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필승계투조를 구축하면서 두산은 아직 올 시즌 단 1개의 블론세이브도 범하지 않았다. 작년 전반기에 다 잡은 승리를 잇따라 놓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걸 감안하면 상전벽해. 정재훈은 올 시즌 두산의 선두독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감독의 배려와 베테랑의 책임감
정재훈을 향한 불안한 시선도 존재한다. 그는 만 36세 베테랑이다.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버텨낼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있다. 불펜 투수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몸을 풀어야 한다. 언제 등판할지 감을 잡을 수는 있어도 확신할 수는 없다. 더구나 두산 중간계투진은 정재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정재훈으로선 심적, 체력적 피로도가 크다.
김태형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철저히 관리한다. 되도록 많은 공을 던지지 않게 한다. 연투 이후에는 무조건 하루 휴식을 준다. 이달 초에는 2~3경기 연속 '강제 휴식'을 명했다. 최근에도 많은 공을 던진 다음날 야구장에 출근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정재훈은 "솔직히 많이 나가면 피곤하긴 하다"라면서도 "지난주 홈 경기 중 하루였다. 감독님이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출근은 하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처음으로 집에서 하루 푹 쉬었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타선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스코어가 일찌감치 벌어져 경기 막판 박빙승부가 발생하는 빈도가 시즌 초반보다 낮다. 덕분에 정재훈도 적절히 휴식을 취한다. 그는 "시즌 초반보다 등판 간격이 길다. 적절히 쉬고 있다"라고 했다. 야구장에 출근하되, 완전히 불펜 대기명단에서 제외되는 날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정재훈운 "웜업과 캐치볼을 하고 그냥 푹 쉰다. 아무래도 어깨는 소모품이니 쓰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는다고 해서 책임감까지 내려놓은 건 아니다. 정재훈은 "6~8월 장기레이스를 대비해서 지금 미리 쉬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팀에 폐 끼치지 않고 꾸준히 잘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베테랑의 표본
정재훈은 모범 베테랑이다. 단순히 자신의 성적을 떠나서, 후배 불펜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고참, 베테랑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베테랑이라면 경기에 나갔을 때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하나라도 배울 수 있다"라고 했다.
정재훈은 철저한 몸 관리와 호투 행진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뭔가를 말해주는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코치의 영역이라 베테랑이라고 해도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
대신 정재훈은 "후배들이 힘들면 먼저 다가와서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그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준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후배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정재훈은 "그럴 때마다 '이건 형의 경우'라는 말을 해준다. 선수라면 자신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불펜이 궁극적으로 좀 더 강해지려면 정재훈에 필적하는 또 다른 확실한 셋업맨을 만들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의미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모범 베테랑' 정재훈의 그라운드 안팎 모습은 바람직하다. 마운드에선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라운드 바깥에선 철저히 관리를 받으면서 티 나지 않게 후배들을 이끈다. 두산이 잘 나가는 또 다른 이유다.
[정재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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