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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할머니들이 랩을 한다? 어색하고, 오그라들고, 유치하다."
JTBC '힙합의 민족'의 4개월은 바로 이 편견을 깨부수는 과정이었다.
27일 밤 방송된 '힙합의 민족' 마지막 회에서는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파이널 경연이 전파를 탔다. '사이다'라는 주제로 꾸며진 경연을 통해 래퍼 릴보이와 호흡을 맞춘 배우 이용녀가 '평균 연령 65세' 할미넴 중 최종우승을 차지해 다이아몬드 1캐럿의 주인공이 됐다.
첫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힙합의 민족'은 수많은 악플과 비아냥거림에 시달렸다. 힙합을 소재로 한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흥행에 편승하려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랩 경연을 펼친다는 것이 웃음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겠냐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여기에 대한 '힙합의 민족'의 답변은 정공법이었다. '힙합의 민족'은 "'평균 연령 65세' 할머니들이 랩에 도전한다"는 독특한 콘셉트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물론 부족함을 "잘하진 못해도 노력하는 할머니들의 열정"이라는 수식어로 포장할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 래퍼들의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프로듀서들은 나이를 떠나 실제로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매 미션마다 피땀 흘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할미넴들의 실력도 4개월 동안 몰라보게 급성장했다.
마지막 무대는 이러한 할머니들의 땀 흥건한 노력이 결실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첫 방송 당시에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 배우 문희경을 제외하면 뛰어난 실력을 보인 할머니가 없었지만, 파이널 경연에서는 그 누구 하나 구멍이라 불릴만한 참가자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강점을 보이는 랩 장르를 택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랩 가사에 담아내는 '연륜'까지 선보였다.
할머니들의 힙합은 결코 유치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할미넴들의 도전에 '리스펙트'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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