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의지와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두산 유희관은 27일 잠실 LG전서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스스로도 "결과를 떠나서 올 시즌 밸런스와 내용이 가장 좋았다"라고 했다. 7이닝 8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올 시즌 10경기서 단 1패도 하지 않았다. 물론 5실점 이상 기록한 세 경기서 타자들의 도움을 받아 패전을 면하긴 했다. 그러나 최근 3경기서는 타선 지원과는 무관하게 상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올 시즌 유희관의 피안타율은 0.301. 적지 않은 안타를 맞는다. 그러나 지능적인 피칭으로 대량실점을 하지 않는다.
극적인 변화가 있다. 슬라이더다. 그는 싱커가 주무기다. 오른손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싱커(기록지에는 체인지업으로 표기된다. 그러나 유희관은 싱커로 분류한다)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LG전서는 싱커 25개에 슬라이더가 37개였다. 그는 "몇 경기 전부터 우타자 상대로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라고 했다.
▲실전효과
슬라이더는 싱커와 반대 궤적이다. 좌투수 유희관의 슬라이더는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꺾여 들어간다. 그동안 오른손 타자들은 유희관을 상대할 때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싱커에 속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몸쪽으로 꺾이는 슬라이더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타자들이 대처하지 못했다. LG는 유희관에 대비, 우타자 6명을 집중 배치했다. 유희관의 싱커에 속지 않고, 바깥쪽 패스트볼 공략을 위해 배터박스 안쪽으로 바짝붙어서 타격하는 타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옳게 대처하지 못했다. 5회 선두타자 유강남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좌타자에겐 더욱 위력적이다. 7회 2사 1,2루 상황서 임훈은 바깥쪽으로 흐르는 유희관의 슬라이더에 엉덩이가 빠지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유희관은 "몇 경기 전부터 (양)의지가 오른손타자에게도 슬라이더를 던져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재미를 보고 있다. 내 입장에선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구종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라고 했다. 원래 던지지 않았던 구종을 새롭게 익힌 게 아니다.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 반대로 타자 입장에선 머리가 아프다. 유희관으로선 오른손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싱커와 몸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위력이 더 좋아질 여지도 생겼다.
▲자만하지 말자
유희관은 "자만하면 안 된다. 또 다시 무너질 수 있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을 때를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승률 1위 등 각종 타이틀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뼈 아픈 경험이 있다. "작년 막판 다승왕을 의식했더니 투구 밸런스가 나빠지면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유희관은 제구력 투수이기 때문에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을 타이트하게 설정한 구심을 상대로 경기운영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유희관은 "내가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최대한 적응해야 한다. 볼넷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희관은 우타자 상대 싱커 의존형 투구에서 탈피, 슬라이더를 활용하면서 또 한 번 진화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겠다는 마인드도 돋보인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면 또 다시 고비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타자들이 유희관을 다시 연구해야 할 때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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