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 전과 또 다르다. 노련해졌다."
단독선두를 질주하는 두산.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선수들조차 주전포수 양의지를 극찬한다. 풀타임 7번째 시즌. 아직 만 29세로 젊지만, 노련함마저 풍긴다. 포수가 귀한 시대다. 그러나 양의지가 버티는 한 두산 안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역시 적지 않은 잔부상이 있다. 허리와 무릎이 고질적으로 좋지 않다. 박세혁, 최용제, 최재훈(부상)이 버티고 있다. 포수왕국으로 불리는 이유.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의지가 빠지면 가장 타격이 크다"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양의지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발라인업에서 빼서 휴식을 준다. 양의지도 김 감독의 배려를 알기에 실전서 집중력을 발휘한다.
흔히 양의지를 공수겸장, 완성형 포수로 부른다. 실제 지난해와 올 시즌을 보면 타격에 물이 올랐다. 올 시즌 42경기서 타율 0.354, 10홈런 33타점 33득점 장타율 0.619로 맹활약 중이다.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작년 성적을 다시 뛰어넘을 기세다.
▲투수중심
양의지의 진정한 가치는 마스크를 쓸 때 발휘된다. 올 시즌 도루저지율은 21.6%로 높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투수들을 편안하게 이끄는 장점이 있다. 수치로 계량되지 않는 부분. 현장에선 한결같이 양의지의 투수리드와 경기운영능력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분류한다.
양의지는 투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투수 위주의 볼배합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투수들도 위기에서 이 코스로 던지면 안 맞겠다 싶을 때가 있다. 얻어맞더라도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포수가 투수를 믿고 투수 위주의 볼배합을 하는 건 투수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결과가 나쁘면 다음에는 투수가 자연스럽게 포수의 의견을 존중하게 돼 있다"라고 했다.
26일 잠실 KT전 선발 허준혁은 1~4선발투수들에 비해 안정감이 약간 떨어진다. 그래서 양의지의 리드가 더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허준혁은 5⅓이닝 6피안타 5탈삼진 3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양의지는 "준혁이가 스트라이크를 잘 잡았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길래 많이 요구했다. 어차피 우리 타선이 좋아서 5이닝에 3점 정도 줘도 된다고 봤고, 맞춰 잡았다"라고 털어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력분석팀이 넘겨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양의지가 느끼는 타자의 컨디션과 노림수를 고려한 볼배합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허준혁의 장점을 감안한 리드를 했다.
▲영리한 대처
유희관은 27일 잠실 LG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이날 유희관은 유독 주무기 싱커보다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했다. 왼손타자는 물론이고, 오른손타자 기준 몸쪽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톡톡히 재미를 봤다. 유희관은 "의지가 우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따랐다. 최근 몇 경기서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는데 괜찮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유희관의 주무기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싱커다. 그러나 유희관도 3~4년째 선발투수로 뛰면서 타자들에게 이 패턴을 많이 노출했다. 패스트볼 비중을 높였지만, 근본적으로 구속이 빠르지 않아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의지가 생각해낸 게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다. 유희관은 이미 작년부터 좌타자 상대로도 몸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를 구사했다. 몸쪽 공략에 더 이상 거부감이 없다. 양의지는 유희관의 제구력을 믿었다. 결국 유희관은 상승세를 탔다. 영리한 포수가 투수를 살린 케이스다.
▲무한신뢰
베테랑 투수 정재훈도 양의지의 진화에 놀라워한다. 정재훈은 지난해 롯데에서 뛰었고, 2년만에 다시 양의지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다. 그는 "의지가 2년 전과는 또 다르다. 2~3단계 올라갔다. 이제는 노련한 리드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정재훈에 따르면, 최근 양의지는 승부처에서 꼭 정형화된 사인을 내지 않아도 투수에게 마치 말을 하는 것처럼 시그널을 보낸다. 그만큼 순간적인 임기응변능력이 뛰어나다.
심지어 양의지는 냉철한 마인드를 갖췄다. 위기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가 코너에 몰릴 때 간혹 벤치에 직접 투수교체 시그널을 보낸다. 물론 최종결정은 김 감독이 내린다. 양의지의 시그널은 어디까지나 의견제시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양의지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김 감독도 "이닝이 교대될 때 의지에게 투수들의 구위를 점검하기도 한다. 교체를 할 때 참고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두산 전력에 양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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