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숨바꼭질 할 필요가 있을까.
전자랜드가 박찬희, 삼성이 이현민 영입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어지간하게 귀를 닫지 않은 농구 팬들과 관계자들이라면 두 사람의 이적을 확신한다. 그러나 전자랜드와 삼성은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31일까지는 그렇다.
FA 시장이 28일 종료됐다. 프로농구 10개 구단의 2016-2017시즌 전력구성도 사실상 끝났다. 그런데 여전히 KBL, 구단, 언론, 팬들이 시원스럽게 선수 이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 물론 내달 1일이면 모든 게 공식적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왜 굳이 31일까지 구단, 언론, 팬들이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정보의 차단, 그 위험성
프로농구 FA 시장은 최근 몇 시즌간 5월 1일에 개장, 5월 말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6월 1일에 트레이드 시장을 개장했다. KBL 관계자는 "규정상 명문화돼있다. 최근 FA 시장은 거의 5월 초에 시작했다"라고 했다.
트레이드는 직전 시즌 5라운드 첫날부터 시즌 종료 직후, 그리고 FA 시장 개장기간에는 불가능하다. 결국 최근 FA 일정이 5월 말에 마무리 되면서 트레이드는 6월 1일부터 가능하다. FA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트레이드 시장을 개장하기 위해 5월 초를 FA 시장개장일로 선택했다는 게 대다수 농구관계자 설명.
KBL은 FA 기간 트레이드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과거 사례가 있다. 2006년 4월 말 LG가 전자랜드에 조우현, 정종선, 정선규를 내주고 현금 3억원을 받았다. 이후 약 1개월 뒤 박규현, 박훈근, 박지현, 임효성을 받고 황성인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른바 '시간차 트레이드'. 당시 LG는 KTF에서 FA로 풀린 조상현을 영입했다. 보상선수를 KTF에 내줘야 했다. 그러나 LG는 위의 선수들을 모두 보호하고 싶었다. 시간차 트레이드를 통해 KTF의 보상선수 지명기간에 이들 모두 일시적으로 전자랜드 소속으로 만들어놓았다. KTF가 할 수 없이 임영훈을 지명하자 LG도 나머지 선수들을 전자랜드로부터 모두 넘겨받아 전력 출혈을 최소화했다. 이후 KBL은 FA 기간 트레이드를 금지했다. 지금도 FA 기간 사인&트레이드는 공식적으로 금지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FA 보상규정이 부담스러운 탓에 구단들이 사인&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게 효율적인 전력보강 방법이다. FA 일정이 5월에 진행되지만, 구단들은 늦어도 5월 중순부터 새 시즌에 대비, 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5월 이내에 선수 이적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FA 계약기간에 트레이드를 금지하지만, 구단들끼리 사인&트레이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매듭짓는 건 막을 수 없다. (FA보상규정이 완화되더라도 사인&트레이드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트레이드 금지기간에 이적 당사자들은 새 소속팀에 합류해 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팬들은 FA 기간 트레이드 금지 때문에 선수들의 이적 사항을 '카더라통신'으로 접할 수밖에 없다. 구단들은 뻔히 끝난 얘기를 어쩔 수 없이 '모른다'라고 거짓말 해야 한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반복됐던 일이다.
아이러니하다. 프로농구는 타 프로스포츠에 비해 이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박찬희, 이현민의 이적은 큰 뉴스다. 구단은 해당 소식을 팬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2차적으로 이미지 메이킹 혹은 마케팅을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시즌에 농구 팬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 FA기간 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조항이 이해는 되지만, 결과적으로 팬과 구단의 정보공유와 이슈생산, 농구 콘텐츠 소비 촉구를 차단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전자랜드와 삼성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박찬희와 이현민 영입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다.
▲FA 일정, 시즌 직후 곧바로 시작하자
프로야구 FA 시장은 한국시리즈 종료일 3일 후 개장한다. FA 대상자 공시를 시작으로 이틀 후 FA와 원 소속구단 협상 일정에 돌입한다. 지난해의 경우 프리미어12 관계로 FA 일정이 뒤로 밀렸지만, 기본원칙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3일 뒤 FA 일정 시작이다. 시즌 후 곧바로 FA 일정을 개시하면서, 비 시즌 야구열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KBL도 프로야구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2015-2016시즌은 3월 29일에 끝났다. 약 1개월간 휴지기를 가진 뒤 5일 1일부터 FA 일정에 돌입했다. 예전 4월 초에 챔피언결정전이 끝났을 때도 약 2~3주를 흘려 보내고 FA 협상이 진행됐다. 자연스럽게 챔피언결정전 종료와 동시에 프로농구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관심도는 차갑게 식었다.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FA 일정을 앞당기면 굳이 구단과 언론, 팬들이 서로 트레이드를 놓고 숨바꼭질을 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3월 말에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4월 초에 FA 일정을 시작한다고 치자. 4월 말이면 FA 일정이 마무리된다. 자연스럽게 FA 일정종료와 동시에 5월부터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허용하면 된다. FA 일정이 마무리됐는데 굳이 트레이드를 5월31일까지 금지할 이유는 없다. FA 일정 도중의 사인&트레이드는 문제가 되지만, FA 일정 후 트레이드를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5월에 트레이드 소식(결국은 사인&트레이드 모양새)이 터져나올 것이고, 구단은 곧바로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선수는 이미 새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구단이 언론과 팬들에게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필요도 없다. 구단들은 언론과 팬들을 대상으로 이적생을 활용, 조금이라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슈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다음시즌은 10월 22일에 개막, 내년 3월 중순까지 정규시즌을 진행한다. 챔피언결정전은 4월 중순 혹은 말에 종료한다. 자연스럽게 FA 일정이 5월 초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즌이 늦게 끝나면 자연스럽게 차기시즌 훈련도 그만큼 조금 늦게 시작하게 돼있다. 시즌이 늦게 끝나도 최대한 FA 일정을 빨리 시작하면 일정종료 후 트레이드 시장을 빨리 열 수 있고, 차기 시즌 대비 훈련시작 전후로 팬들에게 관련 소식을 최대한 신속하게 공개할 수 있다. 그러면 역시 구단, 언론, 팬들이 선수 이적을 두고 숨바꼭질 할 필요 없이 정보공유를 확실하게 하고, 이슈를 생산할 수 있다.
한편, 한 구단관계자는 "FA 일정(특히 원 소속구단 협상기간)이 지나치게 길다. 콤팩트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일리가 있다. 그럴 경우 FA 일정을 빨리 끝내고 트레이드 시장도 그만큼 빨리 열 수 있다. 융통성 없이 무조건적으로 'FA시장 개장은 5월 초, 트레이드는 6월 1일부터'라고 못 박을 필요가 없다. KBL은 프로농구 흥행과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 뭐가 중요한지 짚어봐야 한다.
[KBL FA 설명회.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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