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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수 없으면 안 되겠는데."
박지수(195cm, 분당경영고 3학년)는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대표팀 2진이었다. 2015년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성인대표팀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미 청소년 레벨의 아시아, 세계대회에 숱하게 참가했다. 그러나 성인 대표팀은 레벨이 다르다. 박지수는 지난해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공수 스피드와 파워, 테크닉을 따라잡지 못했다. 정밀한 스위치디펜스와 빠른 공수전환에 적응하지 못했다. 골밑에선 아시아 최고센터 도카시키 라무(일본)에게 블록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약 8~9개월이 흘렀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대비, 2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명지고와의 연습경기. 박지수가 확연히 달라졌다. 위성우 감독은 "이제 지수 없으면 안 되겠다"라고 했다. 이어 "2~30분 정도 뛸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위성우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진화의 실체
일단 명지고의 전력이 인상적이지 않았던 걸 감안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파워와 테크닉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박지수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자신과 같은 또래의 남자 선수들과의 골밑 자리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몇 차례 유연한 피벗으로 골밑 득점을 올렸다.
고등학교 입학 후 웨이트트레이닝, 컨디셔닝 운동을 꾸준히 한 성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그를 괴롭혔던 발목 부상에서도 회복했다. 작년과 비교할 때 신체밸런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파워는 향상됐고, 스피드는 올라갔다. 최상의 몸 상태를 갖추면서 특유의 재능이 경기력에 100% 투영된다.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센스, 간간이 시도하는 중거리슛, 위성우호 특유의 얼리오펜스에도 효율적으로 가세했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남자선수들을 수비하면서도 많이 밀려나지 않았다. 스스로 세계적인 수준의 힘 좋은 센터에 대한 수비 부담이 없다. "빠른 선수가 많은 아시아권 대회보다 세계대회가 편하다"라고 말할 정도. 위 감독도 "수비와 리바운드, 속공 가담이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박지수를 활용하는 패턴도 생겼다. 양지희가 로포스트에서 포스트업을 할 때 하이포스트에서 대기하다 중거리슛으로 처리하거나 또 다른 찬스를 보는 역할이다. 물론 주요옵션은 아니다. 위 감독은 "아직 세계대회서 박지수의 공격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피딩의 중요성
위 감독은 대표팀 컨셉을 수비보다는 공격, 골밑보다는 외곽으로 잡았다. 현실적인 선택이다. 파워와 테크닉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트랩과 더블 팀, 풀코트 프레스 등 각종 변칙수비의 효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지나친 체력소모에 대한 후유증이 더 크다. 과거 세계레벨의 국제대회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다.
수비보다는 공격의 세련미를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세계무대서 포스트 공격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남은 건 외곽 공격과 얼리오펜스다. 명지고전서도 리바운드를 잡으면 최우선적으로 얼리오펜스 기회를 엿봤다. 세트오펜스에선 스크린을 걸고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준비한 몇 가지 외곽슛 패턴을 집중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공격으로 승부를 보려면 일단 공격 기회를 많이 잡아야 한다. 더구나 외곽공격은 골밑공격보다 확률이 떨어진다. 최종예선서 맞붙을 벨라루스, 나이지리아에 제공권에서 너무 밀리면 안 된다. 박지수가 승부처에서 리바운드를 많이 걷어낼수록 유리해진다. 그리고 외곽슛도 스크린을 이용한 패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확률 높은 패턴은 빅맨의 피딩에 의한 찬스 파생이다. 이 역할 역시 박지수가 핵심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대표팀 공격의 시발점이자 보조역할을 박지수가 맡는 셈이다. 위성우호에서 그의 비중이 높아진 실체다. 위 감독은 "패스를 밖으로 빼주는 센스가 좋다"라며 기대했다. 박지수도 "슈터들을 살려주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유럽 선수들은 많이 부딪혀봐서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지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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