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의지 형과 최대한 비슷하게 해야 한다."
두산은 두꺼운 선수층이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주전 의존도가 높은 포지션도 있다. 포수와 유격수다. 물론 대체 자원은 있다. 그러나 양의지와 김재호의 존재감과 역량이 백업멤버들과는 유독 차이가 크다.
특히 양의지가 그렇다.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 포수이자 대체 불가 자원이다. 장타력과 찬스에서의 결정력을 겸비한 타격, 블로킹과 투수리드 등 수비력과 게임운영능력, 임기응변능력도 완벽에 가깝다.
그런 특급포수가 1군에서 사라졌다. 2일 창원 NC전서 2루 견제구에 슬라이딩을 하다 좌측 발목이 꺾였다. 3일 1군에서 제외됐다. 약 2주 휴식 진단을 받았다. 이번 SK 3연전은 물론, 다음주 KT, 롯데와의 6연전까지 제외된다.
▲기회 잡았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의 공백을 메울 대체자로 박세혁을 지목했다. 그는 3~4일 잠실 SK전에 연이어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육성선수 출신 최용제를 1군에 등록, 박세혁의 백업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본래 두산의 1번 백업포수는 최재훈이다. 백업 포수들 중 1군 실전 경험이 가장 많다. 공격력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수비력과 투수리드가 가장 능숙하다. 다만, 최근 그는 유구골 골절로 당분간 실전 투입이 불가능하다.
박세혁에겐 지금이 기회다. 굳이 따지자면 최재훈과는 반대 성향이다. 박철우 타격코치의 아들답게 타격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특히 컨택트 능력이 수준급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투수리드와 볼배합에선 검증을 받지 못했다. 박세혁은 이번에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면서 내, 외부의 평가를 바꿔놓을 수 있다. 양의지가 돌아온 뒤, 박세혁의 진정한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실전
박세혁은 이틀간 고원준, 마이클 보우덴과 연이어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적절한 대처가 돋보였다. 고원준의 패스트볼 스피드가 140km초반까지 찍히는 걸 파악하자 주무기 슬라이더외 투심패스트볼을 포심보다 많이 요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세혁은 "상무 시절 원준이와 동기였다. 계속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원준이는 원래 주눅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과감하게 변화구 위주 볼배합을 했다"라고 했다. 그는 고원준의 특성을 꿰고 있었다. 그리고 당일 고원준과 SK 타선의 컨디션을 캐치, 안정적으로 리드했다. 박세혁은 "SK 타자들이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지만, 직구에 강하다. 전력분석자료도 충분히 파악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보우덴에겐 주무기 포크볼을 많이 요구했다. 보우덴의 두 가지 포크볼(스피드가 느리고 각이 큰 것과 스피드가 빠르고 각이 작은 것) 모두 적절히 활용했다. 보우덴은 "박세혁과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경기 전부터 경기를 치르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경기 중에도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공격적으로 승부했다"라고 했다. 박세혁은 보우덴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그라운드 밖 준비
박세혁은 "의지 형이 돌아올 때까지는 주전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기 전 미팅에서부터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경기 후에는 철저히 복기한다. 그는 "백업으로 뛸 때는 그날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 위주로 체크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SK와의 3연전을 전체적으로 복기하면서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력분석자료를 참고하면서 해당 팀들의 1주일 영상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 2경기서는 딱히 크게 흔들린 투수가 없었다. 박세혁은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리드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결국 투수가 크게 흔들리거나 절체절명의 위기서 박세혁이 어떤 투수 리드를 선보일 것인지가 관심사다. 물론 박세혁이 양의지만큼 농익은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이긴 쉽지 않다. 양의지의 경우 흔들리는 투수들을 적절히 리드하면서 팀 마운드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수다. 박세혁은 "의지 형이 했던 것을 참고해서 비슷하게 가겠다"라고 했다.
박세혁은 주전포수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양의지가 없는 현 시점은 두산 안방의 위기지만, 박세혁에겐 도약의 기회다.
[박세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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