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기태 감독으로선 머리가 아플 듯하다.
KIA 불펜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좌완 심동섭이 4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왼쪽 발목을 다쳤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다쳤다. KIA 관계자는 "큰 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열흘 후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그래도 KIA로선 타격이 크다.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불펜은 KIA의 가장 불안한 파트였다. 베테랑 마무리 임창용을 영입했다. 하지만, 전반기 활용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확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의 당일 컨디션과 데이터에 의한 인해전술로 재미를 봤다. 팀 세이브 2위(16개)가 증명한다.
시즌 2개월이 지나면서 필승계투조의 윤곽은 드러났다. 김광수와 심동섭, 홍건희다. 최근에는 주로 김광수가 마무리를 맡았고, 심동섭과 홍건희가 좌우 메인 셋업맨 역할을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세부적인 역할은 계속 조금씩 바뀌었다. 이들 모두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지닌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들은 나름의 요령을 바탕으로 승부처에서 최대한 버텨왔다. KIA 불펜은 어느새 이들에 대한 의존도와 믿음이 커진 상태다.
▲짜임새 약화
심동섭이 빠져나가면서 필승계투조의 짜임새가 약화됐다. 김 감독은 심동섭을 말소하면서 최근 선발로 기용한 우완 전상현을 1군에 등록했다. 임시 5선발로 활용하거나 중간계투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4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한 숨을 돌렸다. 그러나 5일 경기서 불펜 운용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김 감독은 휘문고를 졸업한 좌완 신인 정동현을 1점 앞선 7회 기용했다. 정동현은 2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정동현을 승부처에서 오래 끌고 가는 건 쉽지 않았다. 8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넥센 힘 있는 우타자들을 대비, 마무리 김광수가 조기 투입됐다. 그러나 김광수는 김하성에게 역전 결승 투런포를 맞았다.
결과론이지만, 좌완 심동섭이 있었다면 한번쯤 흐름을 끊어갈 수도 있었다. 상대 왼손 대타 카드를 봉쇄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확실한 왼손 셋업맨 부재로 김광수가 9회 좌타자 대니 돈을 상대하다 2루타를 맞기도 했다. 위기가 이어지자 넥센 간판 왼손타자 서건창을 상대로 좌완이자 임시 선발 정용운까지 투입, 힘겹게 추가 실점을 막았다. 정용운은 4일 선발 예고됐으나 비로 취소되면서 5일 불펜 등판할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선발로테이션으로 이동할 경우 당분간 심동섭의 공백은 정동현, 이준영 등이 메워야 한다. 이들 모두 경기 후반 박빙 승부를 봉쇄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버텨야 하는 김광수·홍건희
KIA는 팀 세이브는 2위지만, 팀 홀드는 15개로 공동 7위다. 세이브보다 오히려 홀드가 적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끌어주면서 곧바로 마무리 투수의 등판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하나는 경기 중반 박빙 흐름서 불펜 투수들이 짧게 끊어가면서 2~3이닝을 효율적으로 이어가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매 경기 불펜 운용의 틀이 조금씩 바뀌면서 안정된 틀을 구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여전히 KIA 불펜에는 좋은 구위와 농익은 경기운영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다.
결국 김광수와 홍건희가 최대한 버텨내야 한다. 심동섭 복귀가 아닌 임창용의 1군 등록시점까지 그래야 한다. 특히 우타자뿐 아니라 당분간 좌타자들까지 요리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심동섭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홍건희(우타자- 0.250, 좌타자-0.300)와 김광수(우타자-0.239, 좌타자-0.355) 모두 올 시즌 우타자보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높다.
당분간 KIA 불펜 운용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최근 선발진이 다소 흔들리며 승수쌓기가 원활하지 않다. 불펜진의 역할아 아주 중요하다.
[심동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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