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년 걸렸습니다."
두산 우완투수 안규영의 데뷔 첫 승. 그의 말대로 6년 걸렸다. 휘문고,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1년에 입단했다. 그러나 간혹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2014년과 2015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 시즌 복귀했다. 상황은 비슷했다. 여전히 1군 진입은 쉽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니 열심히 해라"는 코치들의 격려 속에 2군에서 묵묵히 땀을 흘렸다.
그러자 정말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31일 선발투수 장원준의 등판이 미뤄지면서 5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했다. 안규영은 "이틀 전(3일)에 1군 합류 통보를 받았고, 어제(4일)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다"라고 했다. 준비된 안규영에겐 갑작스러운 등판 통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6이닝 7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김광현(SK)과의 맞대결서 판정승하며 6년만에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김광현
안규영은 "10년 전, 2006년 6월이었다. 휘문고 3학년 시절 청룡기 8강전서 김광현(안산공고)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오늘 등판을 준비하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휘문고가 안산공고에 2-3으로 졌다"라고 했다. 고교 시절 김광현과의 선발 맞대결 패배를 프로에서 10년만에 되갚았다.
안규영으로선 10년 전 고교시절 맞대결 패배보다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이 김광현과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는 게 속상했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둘 다 유망주 투수였지만, 10년 후 김광현은 개인통산 102승을 쌓으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는 올 시즌 후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본다.
그러나 안규영에게 지난 10년은 잡히지 않는 데뷔 첫 승을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 그는 "입단 초창기에는 기회도 많이 받았는데 내가 살리지 못했다"라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이어 "2군 생활이 길었지만,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코치님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털어놨다.
▲상무
남자에게 군 복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안규영도 그랬다. 2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 그는 "군대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대졸 출신 안규영은 프로 6년차다. 그러나 고졸 동기들은 4년 일찍 프로에 뛰어들어 10년차. 안규영은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마음을 비우는 법을 깨달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라고 했다.
상무에서 틈 날 때마다 연습한 게 포크볼이다. 안규영의 포크볼 그립은 다른 투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주변의 조언과 자신만의 연구를 통해 주무기로 만들었다. 5일 경기서도 효과를 봤다. 상무에서의 2년이 안규영의 심적, 기술적 성장을 이끌었다.
▲포크볼
안규영은 "스프링캠프에서 정재훈 선배와 룸메이트였다. 포크볼 그립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셨다. 상무에선 (이)용찬이와도 포크볼을 던지는 법에 대해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동료 선, 후배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응용력을 발휘, 자신만의 무기로 재탄생 시켰다는 점이다.
안규영은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같은 그립으로 던진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포크볼처럼 손가락 간격을 벌린다. 대신 팔을 바깥쪽으로 비틀면서 던진다. 팔을 비틀지 않고 그대로 던지면 포크볼. 팔의 떨림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타자들이 캐치하는 건 쉽지 않다. SK 타선이 포크볼과 체인지업에 당했다.
포크볼은 안규영의 소중한 무기다. 2군과 상무에서 정재훈과 이용찬의 자문을 받아가며 6년간 갈고 닦아왔다. 포크볼은 안규영에게 6년만에 데뷔 첫 승을 안겨준 보물이다.
[안규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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