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청불 영화 최단 속도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폭발적 흥행세를 과시 중이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선 ‘아가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박찬욱 감독이 만들어낸 매혹적 세상이다.
사라 워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약 두 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녹여내기 위해 필요한 설정, 부분만은 차용했다. 원작자인 사라 워터스가 ‘아가씨’의 시나리오를 보고 'Base on'(~에 기반을 둔)이라는 표기 대신 'inspired by'(영감을 받은)라고 영화에 표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정도로 소설과 또 다른 이야기로 완성됐다. 남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커졌으며, 거세게 충돌하는 사랑과 욕망의 관계들이 한층 부각됐다. 이를 돋보이게 만든 건 네 명의 주연배우들의 폭발하는 연기력이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빼 놓을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빅토리아 시대를 일제강점기로 옮겨왔다. 원작을 한국적으로 녹여내기 위해 신분제도와 근대적 기관이 공존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택한 것. 하지만 우리가 익히 봐왔던 일제강점기가 아니다. 기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한일관계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아가씨’는 동서양의 문화, 전통과 근대 등이 공존하는 독특한 비주얼을 스크린에 옮겨와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인다.
또 하나의 흥행 견인 요소는 ‘파격’을 향한 관객들의 호기심이다. ‘아가씨’는 제작단계부터 동성애를 다룰 뿐 아니라 수위도 세다 알려져 화제가 된 작품. 특히 하녀 역의 오디션 공고 당시 ‘노출수위 협의 불가’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어 더욱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아가씨’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동성애와 두 명의 여성이 펼치는 베드신이 농도 짙게 담겨 이목을 끌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그리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지만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며 극장으로 발걸음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경쟁작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아가씨’에게는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 돌연변이 히어로들이 대거 출연해 역대 최고 빌런과의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 예고했던 ‘엑스맨:아포칼립스’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예상만큼 큰 힘을 쓰고 있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관객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아 왔던 ‘곡성’도 흥행 끝물을 달려 ‘아가씨’가 흥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영화 ‘아가씨’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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