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우리들’은 제목 그대로 우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고 있자면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들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과거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1석 2조 영화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들’의 선(최수인)은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 여름 방학식날 지아(설혜인)가 전학을 온다. 다른 아이들이 하교했을 때 학교를 오게 된 지아는 유일하게 선 만을 만나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덕분에 선은 친구가 있는 꿈같은 여름방학을 보낸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영원하지 못했고,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개학 후 이들의 관계는 더욱 어그러진다.
이 영화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윤가은 감독은 혹시나 아이들이 연기를 하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영화 속 캐릭터가 돼 겪게 되는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이에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저한테는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영화는 우리가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죠. 제 단편들도 아역들과 찍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수도 있지만, 상처를 입는다면 아이들이 회복하기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겪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이라 더 생생하기도 하고. 프로덕션 전체 중 가장 큰 고민이었죠.”
윤가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거듭했다. 아동청소년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 연극 치료 등을 하는 지인들을 찾아 조언도 많이 들었다. ‘우리들’ 배우, 스태프들과 세미나를 열고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에게 이 작업은 연기라는 걸 인식시켰고,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둘 도 없는 사이가 됐다.
편해진 촬영장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에게 일부러 시나리오를 외우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충분한 리허설을 거쳐 생생한 모습들을 포착했고, 촬영 현장에서 두 대의 카메라로 이런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덕분에 ‘우리들’의 주연 배우들은 연기가 처음인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의심케 만드는 연기들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자신의 단편영화 ‘콩나물’을 통해 김수안이라는 배우를 발견했던 윤가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걸출한 아역배우들을 충무로에 데뷔시켰다.
“오디션을 볼 때 여러 가지 측면을 다 고려했지만, 제일 많이 생각했던 건 ‘저랑 대화할 수 있는 친구인가’였어요. 보통 아역배우 오디션을 보면 학원 같은 곳에서 외운 대본을 엄청난 모노드라마로 펼쳐 놔요. 그 친구가 엄청나게 연습한 것들이 진짜 그 친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 것 보다는 평소 생활, 학교 생활,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등에 대해 계속 대화를 했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성향, 기질이 보이잖아요. 그 기질과 캐릭터의 기질이 비슷한 친구가 역할을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들을 많이 봤죠.”
하지만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들이었던 만큼 윤가은 감독에게는 부담도 됐을 터였다. 아무리 기질이 비슷하다 해도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영화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 이런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기에 ‘우리들’을 보면 윤가은 감독의 깊은 내공을 더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어떤 식의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다 아이들이 마음을 다칠 수도 있고, 안 하고 싶어지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할까봐 여러 걱정들이 있었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공부를 많이 하고 노력을 할 건데 아이들도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는지, 정말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봤어요. 그 친구들도 정말 하고 싶다는 콜을 보내줬죠. 아이들이 익숙해지도록, 감정을 현장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상처 받고, 상처를 주는 연기를 할 때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미리 즉흥적으로 연기해보는 식의 경험을 통해 많이 서로 단련이 됐죠.”
아직 국내에 개봉되기 전이지만 ‘우리들’은 여러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제56회 즐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 대상과 최우수 어린이배우 주연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11일 개막되는 제19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촬영감독상 후보에 올라 그 수상결과를 주목케 한다.
“시사회에 오신 관객 분들은 되게 마음이 좋으세요. 넓은 아량으로 포용해주시는 분들이 많죠. 우리 영화는 스타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기존 영화와 다른 색이고, 다양성 영화에요. 너무 좋은 영화들이 관객들이 채 들기도 전에 접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봐 왔고요. 지켜보며 제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았죠. 다양한 환경 변수들도 있고요.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실제 관객분들이 ‘우리들’을 보시면 어떤 기분일지 긴장돼요.”
[윤가은 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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