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장은상 기자] 같은 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서 선발등판한 두 형제가 나란히 호투했다.
10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5경기 중 야구팬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선수들은 kt 위즈의 정대현과 KIA 타이거즈의 정동현이었다. 두 선수는 6살 터울의 야구 형제. 각기 다른 팀에서 공을 던지고 있지만 이날 우연의 일치로 동시에 각 팀 선발 마운드를 책임졌다.
정대현은 kt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이미 꿰찬 상태.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넥센전에 등판했다. 정동현은 깜짝 선발카드로 프로데뷔 첫 선발전을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서 치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이날 나란히 호투하며 그야말로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을 몸으로 실천했다. 정대현은 넥센전 6이닝 3피안타 4탈삼진 3볼넷 3실점(2자책) 투구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6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진 후 7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정대현은 끝까지 웃을 수 없었다. 중간계투진이 후속타자를 막아내지 못해 승계주자가 홈을 밟은 것. 실점이 추가됐고 결국 이후 승리까지 날아갔다.
형의 호투도 놀랍지만 이날 무엇보다도 야구팬들의 눈도장을 받은 것은 KIA의 정동현. 프로데뷔 첫 선발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통산 첫 승을 챙겼다. 스트라이크존 좌우폭을 활용하는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이는 투구내용이었다. 정동현의 호투로 KIA는 홈 5연패에서 탈출. 기분 좋은 최근 2연승을 이어갔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정동현은 “경기 전 형과 통화로 꼭 같이 선발승을 챙기자고 했다. 최초의 기록을 세우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 도중 비보가 날아들었다. 형 정대현의 승리가 날아갔다는 소식이었다. 정동현은 시무룩한 표정을 보이며 아쉬움을 표했다.
KBO 최초의 기록은 사라졌지만 이날 두 형제의 역투는 분명 빛났다. 형은 퀄리티 스타트로 제 몫을 다했고, 동생은 선발 데뷔전서 깜짝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전 통화로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형제는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기쁜 날을 맞았다. 프로 1군 선발투수로서 맹활약. 두 선수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였다.
[정대현(좌), 정동현(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및 KIA 타이거즈 구단 제공]
장은상 기자 silverup@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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